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남북 축구가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7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조추첨 결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북한과 B조에 편성됐다.
최종 예선에 진출한 팀 중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는 없지만 한국 축구가 유독 취약했던 중동의 전통 강호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이란과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은 불운한 결과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늘 껄끄러운 상대인 북한, 장거리 원정의 부담이 있는 UAE도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본선 직행권이 주어지는 2위 확보를 위해서는 객관적 전력이 사우디, 이란에 못미치는 UAE와 북한을 상대로 승점 12점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9월 10일 열리는 북한 원정경기는 ‘허정무호’의 운명을 좌우할 승부에 다름 아니다. 최종 예선 전체 판도를 좌우할 첫 경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동포애’는 잠시 접어놓을 수 밖에 없다. 북한전을 승리하고 첫 단추를 잘 꿴다면 최종 예선으로 가는 길에 서광이 비치겠지만 발목을 잡힌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북한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서 한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이 올 들어 펼친 세 차례 맞대결에서 확인됐다.
한국은 5-4-1 포메이션으로 ‘선수비 후공격’이라는 동일한 전술로 나온 북한의 ‘철옹성’을 공략하지 못하며 세 번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최종 예선에서도 북한을 상대로 이 같은 고전을 반복한다면 남아공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다.
한국은 북한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UAE와 홈경기(10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경기(11월 19일)를 치른다. 북한과 UAE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난적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경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치를 수 있다. 만에 하나 북한과의 첫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남아공행 여정은 ‘지옥길’로 돌변한다.
변수는 북한 원정경기 개최지다. 지난 3월 26일 3차 예선 원정처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평양에서 경기가 열릴 경우 한국으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한편 2008 유럽축구선수권 참관을 위해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는 허정무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강팀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고 상심할 필요는 없다.
매 경기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3차예선을 통해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최종 예선 대비 전술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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