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팩 맬호트라 등 지음ㆍ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ㆍ437쪽ㆍ1만5,000원
19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시어도어 루스벨트 진영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닥쳤다. 루스벨트의 사진과 선거연설문 300만장을 인쇄해 배포를 앞둔 시점에서 사진의 저작권자에게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실수를 발견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1장 당 1달러씩을 요구할 수 있었다. 당시의 300만달러는 지금 돈 6,000만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팸플릿 300만장을 다시 찍는다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상으로 무리였다.
선거본부장은 그러나 뛰어난 협상전략을 발휘해 믿을 수 없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는 저작권자에게 “선거팸플릿 300만장에 사진을 실어 배포할 계획. 전국적으로 귀하를 알릴 수 있는 멋진 기회. 귀하의 사진을 실어주는 대가로 얼마를 낼 수 있는지 즉시 답변 바람”이라는 내용의 전보를 부쳤고, 저작권자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지만 250달러 밖에 낼 수 없음”이란 응답을 했던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협상전략을 가르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들은 “루스벨트 선거본부장의 천재성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사진작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사진작가의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최선의 대안)’를 생각하기로 결정한 데서 빛을 발했다”고 분석했다. 유엔 회원국 간 분담금 갈등을 일거에 해소한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사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사례,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 TV 프로그램 판매 같은 사례들을 통해 협상을 분석한다.
저자들은 타고난 ‘협상천재’는 거의 없다면서 좀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협상에 접근하라고 권고한다. 천재적으로 보이는 것은 협상의 개념적 구조에 대한 이해, 실수와 편견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력,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협상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저자들은 ‘배트나’와 ‘조파(ZOPA, Zone of Possible Agreementㆍ합의 가능지대)’ 등 협상 도구와 ‘먼저 제안할 것인가, 제안받을 것인가’,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할 것인가’ 등 실제 협상에서 마주치는 상황들에 대응하는 협상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과정에서 ‘굴욕협상’이라는 비난을 받은 우리 통상 관계자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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