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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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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입력
2008.06.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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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 길

‘피의 일요일’을 발단으로 제정 러시아 전역에 혁명의 기운이 확산되던 1905년 6월 27일, 포템킨 호의 반란이 일어났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주력이던 포템킨 호에서 썩은 고기 배급에 분노한 수병들이 전함을 장악한 후 오데사로 입항, 시민들과 함께 차르 체제 타도를 외치며 일으킨 봉기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후일 볼셰비키혁명 성공의 도화선이 됐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100년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포템킨 호의 반란은 혁명과 역사적 사실로서보다는 에이젠슈테인이 만든 영화 ‘전함 포템킨’(1925)의 소재라는 점, 그 영화 속 오데사 계단의 학살 장면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 흑백 무성영화는 몽타주 이론을 처음으로 적용해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 그리고 영화가 얼마나 강력한 대중선동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찬사가 끝이 없다.

그리고 에이젠슈테인의 영화에서, 나치를 피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유대계 독일 사상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벤야민은 이 길지않은 에세이에서 ‘전쟁을 예술화’하는 파시스트들에 맞서 ‘예술을 정치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몽타주 기법으로 전함 포템킨의 수병과 장교, 시민과 진압군, 혁명과 반동의 표정을 한 컷의 낭비도 없이 담아낸 에이젠슈테인의 영화는 벤야민의 그같은 논지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은 벤야민이 ‘아우라’(Aura) 개념을 최초로 사용한 텍스트로 유명하다. “아우라란 무엇인가? 그것은 공간과 시간으로 짜인 특이한 직물로서,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것의 일회적인 현상이다.” 진정한 예술작품의 원본만이 가지는 신비하고 고유한 아우라가, 사진과 영화 등 대량생산되는 기술적 복제품에 의해 붕괴되고 마는 현대예술의 운명을 벤야민은 이 글에서 선구적으로 간파하고 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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