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사이 국내 미국산 쇠고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육류수입업체들도 생각보다 냉랭한 시장 반응에 눈치를 살피며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26일 개정된 수입위생조건이 고시ㆍ시행됨에 따라 8개월간 막혔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길이 열렸다. 수입위생조건 고시와 동시에 지난해 10월 수입중단 직전에 수입돼 국내 대기 중인 30개월령 미만 뼈없는 살코기에 대한 검역 신청이 시작됐음에도 먼저 매를 맞겠다고 나서는 업체는 아직 몇 안 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6일 미국산 쇠고기 검역 신청건수는 경기 이천시 L사 냉동창고에 약 50톤 정도의 수입물량을 보관하고 있는 A사(3건) 등 5개 업체 13건에 그쳤다. 검역원 관계자는 "고시가 발효되는 즉시 검역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신청 건수가 적다"고 말했다.
검역당국은 민주노총의 검역창고 봉쇄로 검역관들의 출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청 접수 건에 대한 공식적인 검역 재개는 27일 오전으로 늦췄다. 하지만 검역신청과는 별도로 X선 이물질 검출기를 가동해 통뼈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지난해 10월 정밀검사 중에 검역이 중단됐던 수입물량 6건의 검사를 진행함으로써, 당국은 26일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사검역을 재개했다.
수입업체들은 악화한 여론에 몸을 사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겠다는 곳이 없으니 당분간 검역창고에 묶어두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같은 대형 구매처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고있고, 음식점들도 원산지 표시 등을 이유로 미국산 취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역대기 물량 400톤을 갖고 있는 H사 관계자는 "당장 검역을 통과해 대기 물량을 손에 넣어도, 팔 데가 없다"며 "서두르지 않고 시장 반응이 좋아지면 대기물량을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실적 5위권 안에 드는 K사도 "부산항 등에 묶여있는 물량은 다른 업체들의 동향을 보고 시중 유통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미국산 쇠고기 신규 수입도 당분간 보류할 계획이다.
일부 수입업체들은 개정된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들여올 LA갈비 등의 신규 수입물량도 크게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E사는 당초 한ㆍ미 쇠고기협상 타결 직후 초도 수입물량을 3,000톤 가량 계획했으나, 30~40%정도 축소해 다음달 25일께 들여올 방침이다. LA갈비의 비중도 60%에서 50%로 낮추고 살코기 비중을 늘릴 계획. 곱창 등 내장은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아 물량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입중단 조치 전 대형마트 등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할 당시 호응이 커 수입재개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현재로선 소비자 인식이 나빠져 적극적으로 미국산 수입에 나서는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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