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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고예나 '마이 짝퉁 라이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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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고예나 '마이 짝퉁 라이프' 출간

입력
2008.06.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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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를 '짝퉁 문화'와 연결시켜보고 싶었어요.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진짜 사랑을 찾아갈 의지를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상처를 거부하고 또다른 가짜 사랑을 찾아 행복을 누릴 수도 있으니까요."

민음사 주관 '오늘의 작가상' 올해 수상작인 고예나(24)씨의 장편 <마이 짝퉁 라이프> 가 출간됐다. 성(性)과 연애, 생활에 있어 상이한 가치관을 지닌 20대 여성들이 포진한다는 점에선 최근 젊은 여성 작가들의 소설 경향과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다.

인간을 '연애할 수 있는 자'와 '연애할 수 없는 자'로 나누고 후자를 자처하는 여대생 '나'에겐 B와 R이란 동성 친구가 있다. 풍만한 자기 몸을 불만스러워하는 B는 뭇남자들과의 '원나이트'를 즐기고, 가짜 명품과 미니홈피로 자기를 연출하는데 능숙한 R은 한 남자에 목매는 타입이다.

연애와 아르바이트로 소일하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한 세 여대생의 에피소드는 칙릿류의 반들거리는 질감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다. B는 조곤조곤한 말씨에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나'에게 '섹스 오디세이'를 들려주고, R은 연애를 위해 우정을 깔아뭉개는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 '나'를 황당하게 만든다.

좀 과장스러운 대로 B와 R은 젊은 세대의 성 풍속을 거침없이 보여준다(토라진 R을 위해 그의 남자친구가 휴대폰을 통해 보낸 '엽기 영상'은 그중 압권이다).

고씨의 등단작을 특별하게 만드는 인물은 '나'다. 사랑을 쾌락으로 대체한 B와 소신있는 가짜 명품 애호가 R와는 달리 '나'는 진중해 보인다.

실패한 첫사랑의 기억을 아프게 간직하며 스스로를 고독에 유폐한 모습은, 감정적 진술을 배제하며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건조체 문장과 부딪쳐 비극성을 더한다. 그러던 '나'가 작품 말미에서 자신에게 구애하는 Y에게 실연의 고통을 고백하곤 가뿐하게 연애 재개를 다짐한다.

여기에 "진실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므로 "나의 가짜 감정에 속아 줄 누군가"와 연애를 하겠다는 '나'의 선언을 접한 독자는 당황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낄 지경이다. 이 소설을 수상작으로 뽑은 심사위원 중 몇 명도 이런 결말에 '계기가 약하다'는 요지의 심사평을 냈다.

하지만 '계기'는 충분했다. 연애에서만 머뭇댔을 뿐 '나'는 진짜를 가짜로 대체하는 일에 능란한 사람이다. 소설 곳곳에서 '나'는 궁핍하고 비루한 현실을, 실존의 무게를 덜어낸 무중력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솜씨를 발휘한다.

'나'의 시선을 통해 고무장갑을 소품 삼아 손님을 호객하는 홀아버지의 일터인 나이트클럽 '꿈'은 현실도피의 꿈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고, 아래웃층 술집 종업원으로 만난 부모의 가난한 사랑은 그럴싸한 로맨스로 탈바꿈한다.

이 뛰어난 '짝퉁 라이프 설계사'가 연애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뿐이다. 스물넷 작가의 앞날을 기대하게 하는 감각적 플롯이다. "중ㆍ고등학교 때 작품 공모전에 응모하면 세 번 중 두 번은 상을 탔던 것 같다"는 고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아에 관한 장편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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