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성향의 표를 잠식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는 무소속 대선주자 랠프 네이더가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공격을 시작, 양측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네이더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 의원은 흑인이면서 백인처럼 행동한다”고 포문을 열자 오바마 의원은 “네이더의 말은 주목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소비자 운동의 대부로 통하는 네이더는 콜로라도주에서 발행되는 ‘록키 마운틴 뉴스’ 23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백인의 죄(white guilt)’에 의지하면서 흑인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인의 죄’란 흑인을 노예로 부린 사실 등을 포함한 인종차별에 대해 백인이 느끼는 죄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네이더는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인종적 배경으로 볼 때 그가 집중해야 할 최대의 문제는 바로 미국의 빈곤 문제”라면서 “그런데도 그는 위협적이지 않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백인의 죄’에 호소, 대선에서 승리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더는 또 “오바마는 기업의 지배 또는 과두 독재의 백인 지배 구조를 위협하지 않는 인물로 비치려 애쓰고 있다”면서 “오바마가 ‘약탈적 대출’이나 초고율 이자의 소액 대출 문제, 석면 또는 납중독 문제 등을 언급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의원은 25일 시카고에서 “분명한 것은 네이더가 내 연설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약탈적 대출’이나 집 차압 문제 등은 내가 이번 유세 기간 동안 여러 번 언급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네이더는 ‘직업적 정치후보’”라며 네이더가 대선 후보 중독증에 걸렸다고 꼬집은 뒤 “그가 소비자 운동에서 이룬 업적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의원 진영 공보 담당 참모 로버트 깁스는 “네이더의 말은 비난 받아 마땅하며 기본적으로 망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네이더가 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표를 잠식,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당선되는데 ‘기여’했다고 비난해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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