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2ㆍ13합의와 10ㆍ3합의가 북한이 보유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규정한 것과 달리 북한이 26일 제출한 신고서에는 가장 핵심인 보유 핵탄두와 핵폭발장치 숫자 및 핵무기 관련시설이 빠져 있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측은 핵무기 세부사항은 신고를 할 시점이 아니며 핵 폐기 단계에서 협상할 대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 북측은 단계를 잘게 잘라 보다 많은 이득을 취하는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이번에도 구사한 셈이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북측이 5자 당사국에게 핵무기 개발 수준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핵무기는 핵 기술 수준에 따라 플루토늄 4~8㎏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토늄을 적게 사용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핵탄두의 소형화에 근접했고 기술수준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에 사용된 플루토늄 총량과 핵무기 보유 수를 공개할 경우 북측의 핵무기 개발 수준이 주변국에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북측은 핵무기 부분을 누락했고, 한미를 포함한 5자 당사국은 북측의 핵 신고서로 북측의 보유 핵무기 숫자를 추정할 수 있지만 핵 기술 수준이나 정확한 핵무기 숫자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북측으로서는 핵심 당사국인 한미가 여전히 기술수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셈이다. 이러한 '모호성 유지' 전략 역시 북측이 상투적으로 써 온 대표적 수법이며 효과적으로 먹힌 경우가 많았다.
북핵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핵 수준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핵무기 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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