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조용히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차기 대표를 뽑는 7월 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임기 말년을 차분히 정리하며 부활을 위한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당을 진두지휘한 강 대표는 26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고별 오찬을 하기 위해서다. 강 대표는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오찬에서 “어릴 때 서부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말을 타고 석양을 보고 떠나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며 “며칠 뒤 석양을 보고 떠나는 심정으로 그렇게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대표가 됐을 때는 불임정당이 아니라 옥동자를 낳는, 정권을 되찾아 오는 정당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또 많이 참고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노력했고 자기 욕심, 사심이 들어가면 정권 교체와 같은 것들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사심을 버리려고도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강 대표는 당을 비교적 무난히 잘 이끌었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치열했던 대선후보 경선을 수습하고 대선과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임기 동안 3개 선거를 모두 치른 대표는 그가 처음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오찬에는 대표후보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정몽준 최고위원, 공성진 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강 대표는 이날 “‘제대 말년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제 정말 라면 한 그릇 남았다”며 “당분간 조용히 살지 것인지, 영원히 조용히 살지는 모르겠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도 잊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오찬에 참석해 “강 대표 마지막까지 자신을 버리고 당을 살렸다”며 “강 대표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격려했다.
강 대표는 27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자신이 공동집필한 <미래를 향한 시작> 출판 기념회도 연다. 사실상 강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퇴임식을 겸한 행사다. 이 책에는 지난해 치열하게 치러졌던 경선과 대선, 총선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미래를>
강 대표는 향후 행보에 대해 “강태공처럼 낚시질이나 하면서 쉬겠다”고 하지만 차기 대권을 향한 물밑 행보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성남 분당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초ㆍ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연구재단도 조만간 출범시킬 예정이다.
그는 이미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현역 의원 신분도 아니지만 오랜 정치 경륜 때문에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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