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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고시/ 쇠고기 정국, 봉합이냐 파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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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고시/ 쇠고기 정국, 봉합이냐 파국이냐

입력
2008.06.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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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의 관보 게재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른바 '쇠고기 정국'이 파국과 봉합의 갈림길에 섰다. 일단은 야권의 극한 반발로 '파국'으로 치닫는 듯한 양상이다. 통합민주당은 "관보 게재 강행과 공안탄압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채택한 뒤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다. 내부에선 조기 등원론이 쏙 들어갔다. 민주노동당도 소속의원 전원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들어갔다. 반면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국회 단독개원 가능성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양측이 팽팽한 대립과 긴장 속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봉합'의 조짐도 감지됐다.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자유투표 방침,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 논의 가능성 등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 당장은 관보 게재 강행에 따른 야권의 반발 때문에 공개적인 협상테이블 구성조차 쉽진 않겠지만 극도로 높아진 양측 사이의 긴장이 오히려 협상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야권 반응/ "MB 반성은 속임수 정치·대화 포기한 것"

정부가 장관고시를 26일 관보에 게재키로 하자 야권은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깔보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확산되는 듯하던 국회 등원론은 사그라들었고, 야권 전체가 대여 강경투쟁 방침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통합민주당은 지도부가 모두 나서 관보 게재를 강력 성토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반성이 속임수였다”고 비난했고, 원혜영 원내대표는 “국민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우를 반복하지 않겠다던 약속이 뒤집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원 문제를 논의하려던 의원총회도 관보 게재 강행 규탄대회로 바뀌었다. 의원들의 발언 내용은 사실상의 대정부투쟁 선언이었다. 천정배 의원은 “국민과 공권력이 정면충돌하는 매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비상한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절박하고 위급한 현 시점에서 국민 편에서 강력 투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부겸 주승용 의원 등 등원파 의원들도 “여권의 독선과 독주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강경투쟁론에 힘을 보탰다.

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40여명은 의총이 끝난 직후 청와대를 항의방문, 맹형규 정무수석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한 뒤 국회로 돌아와 철야농성을 벌였다.

등원을 강력 주장해왔던 자유선진당도 거세게 반발했다. 류근찬 쇠고기재협상특별대책위원장은 “등원 협상에 찬물을 끼얹고 야당을 다시 거리로 내몰려는 것은 정치포기, 대화포기 선포”라고 규탄했다.

민주노동당은 거리투쟁을 재개했다. 강기갑 원내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3보1배를 시작했고 소속의원들도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진보신당은 전 당원이 촛불집회에 참여해 관보 게재 철회를 요구했다.

야권의 반발은 특히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광화문 인근에서 12세 초등학생의 연행에 항의하던 중 강제연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확산됐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백주대낮에 미란다 고지도 없이 야당 국회의원을 강제연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선진당도 이 의원의 연행에 대해 “야당에 대한 무시이고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의원의 연행이 흔들리던 야권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분위기다.

물론 한나라당이 가축전염예방법 개정과 국정조사와 관련, 변화된 입장을 보인 데 대한 긍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하지만 당장은 “관보 게재 강행으로 상황을 일단락지은 뒤 선심 쓰듯 야권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고 언론에 흘리는 건 비열한 정략일 뿐”(민주당 원내부대표)이라는 생각이 야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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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 반응/ "국가간 합의 준수… 美 양보할 것 더 없어"

정부 여당이 속전속결을 택했다. 야권의 거센 반발이 뻔한데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의 관보 게재를 밀어붙인 것이다. 고시 연기가 더 이상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야당의 등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당근'도 제시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추가협상 직후만 해도 "관보 게재는 국민과 충분히 소통한 뒤에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부의 '즉각 고시' 입장을 당이 제어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당정회의를 통해 '26일 관보 게재'로 결론이 났다.

여권의 속전속결에는 복합적 이유가 작용했다. 우선 미국과의 신뢰 문제가 고려됐다. 이미 한 차례 관보 게재를 유보한 마당에 이번에도 질질 끈다면 미국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악영향이나 미국과의 신뢰훼손 가능성도 우려했다. 한승수 총리가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국가 간 합의 준수는 국가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의미다. 당도 정부의 이런 논리에 공감해 준 셈이다.

고시를 늦춘다고 반발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도 중요했다. 관보 게재를 언제 하더라도 어차피 반대 여론은 피할 수는 없는 만큼 '이왕 맞을 매, 빨리 맞고 국정을 정상화하자'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특히 관보 게재를 끌다가는 '이면합의' 의혹의 확산 등 혼란이 재차 가중되면서 쇠고기 파동이 한참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또 미국을 상대로 더 이상의 양보를 얻어낼 카드가 없다는 점도 한 이유다. 일단 현 수준에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논리다. 여기에 검역지침, 원산지 표시제 등 나름대로 후속 안전대책이 마련됐다는 판단도 있다.

물론 그 근본에는 여론의 변화가 있다. 조윤선 대변인은 "국민 반응은 추가협상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되고, 일단 자제하고 지켜보자는 여론이 과반 이상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강력한 반발은 여당으로선 고민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이 등원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대해 '크로스보팅'(교차투표) 적극 검토 입장을 밝혔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고시를 게재하면서 동시에 유화책을 쓴 셈이다. 한 원내 당직자는 "당장은 야당이 강력 반발하겠지만 무작정 등원을 미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론 여권 일각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허태열 의원은 "고시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고,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고위당정회의에서 다음 주로 미룰 것을 요구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시민·사회단체 목소리 엇갈려

정부가 미국산 시민·사회단체 목소리 엇갈려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26일 관보에 게재키로 하자 시민과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는 “고시 강행 중단하라”는 요구와 “이젠 차분히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쇠고기 고시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추가 협상문 일체를 공개하라”며 “관련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24일 발표된 미국 무역대표부 성명을 보면 미국 정부는 추가협상을 우리 정부가 밝힌 ‘정부간 보장’이 아닌, 단순한 ‘논의’ 정도로 보고 있다”며 “추가협상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는 민간기업의 자율규제에 의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들의 식탁에 많이 올라오는 내장과 사골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청소년들이 자주 먹는 햄버거의 재료인 분쇄육 등의 검역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 건강을 보호해주지 못한 채 추가협상이라는 꼼수로 여성과 소비자를 무시한 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최모(45)씨는 “촛불집회가 잠잠해지는 듯 하니까 이 정부가 다시 오만한 태도로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며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무슨 고시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젠 정부의 노력을 인정하고 ‘촛불’을 꺼야 한다는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요구는 한미간 추가협상을 통해 많이 반영됐다”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고시를 한다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변철환 대변인은 “촛불집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제를 확장하는 등 최초의 순수한 목적에서 변질됐다”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많이 떨어진 만큼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부도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동안 나라 전체가 쇠고기 문제로 어지러웠는데 더 이상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윤재웅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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