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릴 주요8개국(G8) 확대정상회의가 ‘속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채택된 G8 회의 선언문 초안에 최대 관심사인 온난화 유발 가스 감축 수치가 빠졌기 때문이다. 2050년까지 온난화 가스 배출을 반으로 줄이자는 장기 목표에 G8이 먼저 합의한 뒤 개도국을 설득하자는 일본과 유럽의 제안을 미국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8개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도야코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16개국 각료는 23일 서울서 끝난 에너지안보 및 기후변화에 관한 주요국 회의(MEM)에서 정상선언 초안을 마련했지만 목표했던 가스 배출량 감축 수치 제시에는 실패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지난해 G8 정상회의에서 이미 ‘2050년 반감(半減)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문구가 채택됐기 때문에 7월 7~9일 열리는 올해 도야코 회의에서는 실제 반감에 합의하느냐가 초점이었다. 하지만 폐막일 발표될 정상선언 초안은 ‘세계 전체의 장기목표를 포함한 공통의 목표 설정을 지지한다’는 표현에 그쳤다. 진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수치 제시에 실패한 이유는 선진국이 먼저 2020년까지의 중기 목표를 적극적으로 제시한다면 장기 목표에 동참하겠다는 개발도상국과, 개도국이 동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목표를 정하는 의미가 없다는 미국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골을 메우기 위해 우선 G8이 장기목표에 합의해서 개도국을 설득하자는 일본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EM 미국 대표인 짐 코너턴 백악관 환경위원장은 “장기목표에 모든 참가국이 합의하는 것은 내년 말쯤의 이야기”라며 정상회의까지 합의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마음이 급해진 건 의장국 일본이다. 2050년까지 온난화 가스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이겠다는 일본의 독자적 장기목표를 제시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G8이 ‘2050년 반감’에 합심하는 것을 돌파구로 10~20년 안에 세계 전체가 배출량을 줄인다는 합의를 이끌어낼 계산이었다.
이와 관련,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24일 “G8은 개도국이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선진국만이라도 먼저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합의하기를 기대한다”며 “미국과 여러 경로를 통해 조정을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장기목표 설정에 G8 중 유일하게 소극적인 미국은 4월에 배출량 삭감 없이 ‘2025년까지 배출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중기 목표를 공표했다. 이 때문에 일본과 EU 회원국 등에서는 ‘미국과 협상은 부시 정권 이후’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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