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국내 기업들의 투명경영과 사회공헌 확산을 위해 5년째 클린리더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족한 5기 출범식에는 50여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클린리더스 클럽 회원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경영 현안 및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들을 들어보는 ‘클린리더스 CEO 탐방’을 게재합니다.
신세계 백화점부문 석강(59) 대표의 책상 위에는 '패션&프라이드'(열정과 자부심)라는 올해의 슬로건을 새겨놓은 표석이 놓여 있다. 지난 해 이 슬로건은 '패션&엑시큐전'(열정과 실행)이었다. '실행'에서 '자부심'으로 바뀐 건 단어 하나이지만, 그 안에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말하고픈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직원들에게 '이제 정상이 머지 않았다'고 말한다. 패션과 문화가 접목된 초일류 백화점으로 도약한다는 목표가 현실화하고 있다."
석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숨은 공신이다. 정용진 부회장이나 구학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비해 대외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신세계= 고급백화점'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데는 그의 힘이 컸다. 1999년 신세계 강남점 점장을 맡아 비교적 취약 지역이었던 강남권 고급고객을 흡수하며 '쇼핑 명가'로서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3년 백화점 부문 대표로 승진, 2007년에는 본점 본관 리뉴얼 작업을 성공리에 마쳤고, 같은 해 연말에는 죽전점을 오픈해 지역 랜드마크로 정착시켰다. 지난해 백화점 부문 매출순위는 롯데 현대에 이어 3위에 머물고 있지만, "백화점의 평가는 단순 외형 대신 쾌적한 환경과 이미지, 서비스, 향후 성장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배경이다.
석 대표는 신세계의 급성장 배경을 "기본에 충실한 자세"에서 찾는다. "모토는 늘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다. 백화점의 기본은 '고객가치 실현'이다. 할인 폭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대신, 고객에게 이곳에서 꿈꾸고 즐기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상품과 최신 정보, 쾌적한 환경, 서비스 등은 모두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석 대표는 강남ㆍ북 투톱 체제의 완성을 위해 본관 본점을 리뉴얼해 재개관하면서 문화예술 마케팅을 강화했다.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이 아닌 문화를 파는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중정(中庭)을 뚫어 개방감을 한층 강화한 공간에는 곳곳에 유명 작가의 예술품들을 전시했다.
본관 옥상 트리니티 가든에는 20세기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돼 일부러 관람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도 생겼다. 신관 문화홀에서 열리는 공연들은 웬만한 전문 공연장 수준에 버금갈 정도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첼리스트 정명화, 소프라노 신영옥,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윈스턴 등이 연주회를 가졌다.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석 대표를 위시한 임직원 모두가 매일 아침 사내 컴퓨터망을 통해 올라오는 '고객의 소리'를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모든 고객 불만에 대해 최소 6시간 내, 최장 24시간 내에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응답한다. "초기엔 질책하는 소리가 많았지만, 요즘은 고객 칭찬이 꽤 늘었다"고.
고객가치를 우선하는 자세는 전통적으로 중ㆍ장년층이 많았던 신세계의 고객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40,50대가 고객의 40% 이상이었지만, 최근엔 20,30대 비중이 45%에 이른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석 대표는 "전국 신세계백화점의 평균 면적이 1만5,000평이다. 쾌적한 공간에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물씬하다. 신세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고객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부산 센텀시티점 개관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화점을 위시해 스파 극장 쇼핑몰 레저ㆍ오락시설 등이 집결된 3만8,000평 규모의 초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될 센텀시티점을 세계적인 관광ㆍ쇼핑 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협력업체 100여곳 대표를 초청, 25,26일 이틀간 부산 현지서 진행되는 협력업체설명회에 석 대표가 직접 동행한다.
석 대표는 "영등포 경방백화점이 우리에게 위탁경영을 맡길 정도로 신세계 스타일이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며 "센텀시티점 개관을 위시해 앞으로 3년 안에 단일 점포 매출 상위 10위권 안에 신세계가 최소 5개 정도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사진=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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