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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돈 숭배와 행복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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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돈 숭배와 행복 사회

입력
2008.06.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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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는 돈 숭배의 천민자본주의 사상이 가득하다. 도덕이니 가치관이니 하는 말은 언제 들었는지 아득하다. 어딜 가나 무얼 보나 다 “돈, 돈, 돈!”이다. 서점에는 ‘부자 되는 법’, 텔레비전에는 ‘주부 재테크’, 대선에선 ‘경제 살리기’, 총선에선 ‘뉴타운 개발’ 대학에선 ‘기부금 유치.’ 모두 돈, 돈, 돈이다.

돈 숭배 사상은 비단 주류 엘리트나 상류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여야 정치인과 중산층ㆍ서민들의 의식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풍조를 개탄하는 글도 많이 보였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그런 얘기는 ‘경쟁력 없는’ 사람들의 푸념이 되어버렸다.

물질에 젖을수록 우울증 커져

이런 돈 숭배는 우리에게 결코 나은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를 그악하게 만들고 영혼을 갉아먹어 모두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 물질 성장이나 소유가 사람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고대 성현들의 말씀에서부터 나오는 자명한 진리이지만, 요즘 와서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경제 성장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빈곤을 탈피한 사회, 곧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의식주가 어느 정도 해결된 사회에서는 소득의 증대가 행복을 증진하지 않는다. 행복의 사회적 조건에 대한 ‘모든’ 연구들이 예외 없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돈을 추구하는 정신 상태가 행복보다는 불행을 가져온다. 다시 말해, 물질주의에 젖어 돈을 인생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이나 불안, 초조, 불행감에 젖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미국에서 성행하는 ‘행복학’의 연구 결과들이 증명한다.

지금 한국을 휩쓰는 신자유주의는 성장과 경쟁을 최고 목표로 한다. 양극화를 부추기고 환경을 파괴하여 삶의 조건을 악화시키고, 소비주의ㆍ물질주의를 부추긴다. 그래서 다수의 행복을 박탈한다. 발전의 목표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서 구성원의 행복으로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미래에도 더 나은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나지만 특히 우리나라가 심하다. 한국인은 특히 경제 수준에 비하여 행복지수가 낮은 편이다. 경쟁 이데올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좁은 나라에서 급격한 변동을 겪는 상황이 경쟁을 부추기고 사회적 긴장을 높여 행복지수의 증진을 가로막고 있다.

전체 경제 규모 세계 10위, 1인당 국민소득 세계 30위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경제 강국이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 100위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최소한 1인당 국민소득과 같은 30위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면 행복을 증진하는 사회적 조건은 어떤 것들일까? 여러 가지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그것들은 가족·친지들과의 사랑과 유대, 자아실현의 기회, 공동체적 삶,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 대한 참여 기회, 사회안전망 확보, 생태적 삶 같은 것들이다. 이는 결국 공평한 공동체 사회를 건설하고 참여민주주의의 터를 넓히는 것을 뜻한다. 이런 가치들은 현실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성장·경쟁 이데올로기와 배치된다.

정치지도세력부터 달라져야

미래 한국의 목표는 행복한 나라의 건설이다. 물질 성장의 가치만을 지나치게 좇아가는 우리에게 비물질 가치의 추구는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지금 한국을 좀먹고 있는 돈 숭배 사상은 신자유주의, 천민자본주의의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잘못된 길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세력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황금만능주의에 휩쓸리고 있으니,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꾸준한 교육과 홍보와 현실 참여로 잘못된 가치관을 바꾸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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