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7) 과장은 사내에서 두주불사형 술꾼으로 통한다. 보통 술자리가 시작되면 1차 소주, 2차 양주ㆍ맥주는 기본이고, 3차 입가심으로 맥주를 더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엔 1차 소주만으로 술자리를 끝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박 과장은 “경제적 여유도 없고 사회도 혼란스럽다 보니 양주 마실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고유가와 경기 침체 탓에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으로 사회 분위기마저 암울해지면서 소주로 애환을 달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실제 이런 현상은 소주 판매량에서 확인된다. 통상 여름철로 접어들면 독주인 소주 소비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각종 서민 물가가 폭등한 올해에는 소주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24일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소주 판매량은 4,758만4,000상자(1상자는 360㎖짜리 30병)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8만4,000상자) 늘었다. 특히 10개 업체 중 시장점유율 1위(51%)인 진로는 2,430만4,000상자를 팔아 전년 대비 5.9%나 급증했다. 더욱이 예년과는 달리, 날씨가 더워지면서 소주 판매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
소주 업계의 양강인 진로와 두산은 기다렸다는 듯 ‘여름용 소주’를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진로는 지난달 6일 동해 1,000m 심해의 해양심층수를 넣은 ‘참이슬 프레쉬 서머’를 선보였다. ‘여름’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효과에다 경기 침체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출시 한달 만에 무려 30만상자를 팔아치웠다. 진로 측은 “출시 초기 일평균 1만병 가량에서 최근엔 두 배 수준인 2만병 정도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진로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빨리 먹고 빨리 취하자’는 술자리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주 수요가 늘고 있다”며 “요즘 상황대로라면 여름철 소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2위(11%)인 두산도 이달 10일 신제품 ‘처음처럼 쿨’을 출시하며 여름시장 공략에 나섰다. ‘처음처럼 쿨’은 물 입자가 작은 알칼리 환원수에 과일 등 천연당 알코올인 에리스리톨을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 게 특징이다. 특히 병에 상표를 부착하는 기존 방식 대신, 병 전체를 광고모델인 가수 이효리가 들어간 푸른색 도안으로 포장해 시원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두산 관계자는 “출시 초기라 아직 판매량(24일까지 3만상자)이 많지는 않지만,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며 “7월부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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