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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완의 투자 클리닉] 10년 뒤 성장 잠재력보다 고객의 현실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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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완의 투자 클리닉] 10년 뒤 성장 잠재력보다 고객의 현실이 더 중요하다

입력
2008.06.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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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선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신흥시장의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7년 상반기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던 중국의 상해종합지수는 고점 대비 50%가 넘게 하락했고, 인도시장도 연중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신흥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높이 평가해야 하겠지만, 자산가격이 꼭 경제성장 전망에 의해 정해지지만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시간이다.

최근 중국 시장 등에 큰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에게 많은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10년 이상을 장기투자하면 전망은 양호하다’고 조언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물론 맞긴 하다. 아무리 지금의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더라도 10년 이상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경제관련 상식이 짧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장기투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투자의 대전제가 고객의 투자성향 및 목표 투자기간(Investment Horizon)을 무시하고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 대해 소위 ‘몰빵’ 투자를 권한 것에 대한 변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30대부터 내 집 마련과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걱정해야 하고, 40대 중반 이후 상당한 고용 불안정에 대한 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 가계가 10년 이상을 아무 걱정 없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여유자금이 충분하리라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문제가 있지 않는가.

고객을 생각하는 파이낸셜플래너(FP)라면 고객에게 어느 나라 시장이 ‘10년을 투자할 만큼’ 유망한가를 생각하기 전에 고객의 재무목표와 여유자금의 투자 기간, 그리고 투자위험에 대한 태도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함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선진국의 자산관리는 투자전망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분석과 이에 따른 자산배분전략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큰 시장들을 골라 ‘몰빵’ 투자해 놓고 10년을 기다리라 말하는 영업은 ‘투기’가 될 수 있을지언정 ‘자산관리’가 될 수는 없다. 자산관리는 한 번의 매수추천으로 ‘전 고객을 부자로 만드는’ 예언이 아니라 고객의 재무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자산별 투자비중과 운용전략을 제시하는 자산배분 전략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금 신흥국가 시장들의 주가하락은 단기적으로 증권업계의 고통이 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합리적인 자산배분 전략에 근거한 고객관리가 확대되어 우리 증권업계가 선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필자는 바랄 뿐이다.

수 천리 떨어진 타국의 경제성장 잠재력보다 몇 발짝 앞에 있는 고객의 현실을 먼저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지금 증권업계에는 필요할 것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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