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의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검역과 유통 등 국내에서 쇠고기가 흐르는 길목마다 미국산에 대한 불안을 거르기 위한 방어벽을 더 높이 쌓기로 했다. 24일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과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는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다'고까지 했다.
혀 내장은 현미경 조직검사도 통과해야
검역당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혀와 내장 부위가 도착하면 유례없이 현미경 조직검사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장검사→역학조사→관능검사→정밀검사의 4단계 검역검사로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혀와 내장은 각각 SRM인 편도, 회장원위부(소장끝부분)와 가까운 부위. 조직검사는 광우병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 축적 확률이 높은 '파이어스패치'라는 림프소절이 회장원위부와 편도에 집중 분포하는 점에서 착안, 파이어스패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내장의 경우 30㎝ 간격으로 5군데 샘플 조직을 채취, 이중 4곳 이상에서 파이어스패치가 확인되면 불합격 조치하기로 했다. 혀의 경우는 림프소절 상피세포 등의 조직이 나오면 편도로 판단해 검역을 통과시키지 않는다. 물론 미측이 이처럼 불리한 검역지침을 다소곳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추가협상에서 '한국수출용 30개월령미만 연령검증 품질체계평가(한국QSA)'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약속한데 따라, 미 당국의 '한국QSA 프로그램 적용 작업장 생산 제품'이라는 확인을 갖추지 않은 물량은 전부 반송 조치한다. 30개월령 미만에서도 뇌 눈 척수 머리뼈가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돌려보낸다.
미국산에 대해서는 개봉검사 비율도 3배 높인다. 컨테이너마다 전체 상자의 3%를 뜯어보겠다는 것. 현재 호주, 뉴질랜드산에 대해서는 1%만 개봉검사를 하고 있다. SRM이 발견될 경우, 해당 수출작업장에 대해 5차례 연속 ▦개봉검사 비율은 3%→10% ▦해동검사 및 혀ㆍ내장 조직검사는 컨테이너별 3개 상자→6개로 늘리는 등 검사를 강화한다.
국 반찬 햄버거도 원산지 표시해야
정부는 대형마트 정육점 등 유통매장에서 의무적으로 시행중인 원산지표시 제도를 음식점에서도 확대적용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값비싼 한우로 둔갑 판매하는 불법이 성행하면 축산농가의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한우는 한우대로 수입쇠고기는 수입쇠고기대로 팔리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2일부터 면적 100㎡이상 음식점에서 쇠고기를 재료로 구이, 탕, 찜, 튀김, 육회 메뉴를 판매할 때 반드시 국내산이지 호주산인지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 내달 초부터는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집단급식소로 원산지 표시제가 확대된다.
정부는 당초 시행대상에서 빠진 50인 미만의 보육시설과 유치원, 군부대에서도 해당 부처 내부지침을 통해 원산지 표시를 시행하기로 했다. 쇠고기가 들어간 패티를 쓴 햄버거, 국과 반찬까지도 원산지를 밝히도록 이번에 보완했다. 돼지고기 닭고기(12월부터) 쌀 배추김치(100㎡이상 음식점)로도 확대 적용된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 표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64만곳 음식점 단속 어렵다
정부는 수입 쇠고기 검역ㆍ검사와 음식점에서의 원산지 관리 후속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킬 만한 수준에 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64만여곳의 모든 음식점을 철저하게 단속할 인적ㆍ물적 자원을 갖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정부는 원산지 표시 단속 인원을 현재 6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시민감시단'도 3,000명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특히 원산지 허위 표시를 신고하는 시민에게 최대 200만원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식파라치'를 통해 정부 단속의 허점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검역에서 미국산에만 가해지는 불이익도 논란거리다. 일단 6개월이라는 시한이 붙었지만 호주, 뉴질랜드산보다 개봉검사 비율을 3배 높이고, 내장과 혀의 경우 현미경 조직검사까지 실시하는 등 강화된 검사 기준은 통상마찰의 소지도 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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