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이익대표부(Interest Section)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럽순방 중 유럽연합(EU)의 이란 자산 동결을 촉구한데 이어 EU가 이란 최대은행의 유럽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와중에 나온 이 방안은 미국이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채찍과 당근’ 양동작전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기명 칼럼을 통해 “미국 정부에서 2년 동안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최근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며 수주 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익대표부는 외교 관계가 없는 상대 국가에서 비자 발급 등 영사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하는 데, 미국은 1977년부터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이익대표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중인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WP의 보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란 국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현재 두바이에 이란 국민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는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미국 방문을 원하는 이란 사람들이 두바이를 찾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검토중인 사항을 공개할 수 없지만 보다 많은 이란 사람이 미국을 방문하길 원하며, 이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익명의 국무부 관료를 인용해 라이스 장관이 최근 이익대표부 설치의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현재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에 이익대표부를 병설해 운영 중이지만, 외교관을 파견하지 않고 스위스 직원들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란은 이미 이익대표부를 워싱턴에 설치해 비자업무와 미국정세 분석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테헤란 이익대표부 설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정보부가 “이란이 언제 재개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적극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은 사라진 상태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이 외교적으로 이란을 봉쇄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익대표부 설치에 관련한 위험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무부에서 테헤란 이익대표부 설치 문제를 주도하는 인사는 국무부 서열 3위인 윌리엄 번스 정무차관이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검토하는 등 이란과 미국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때도 이란 국민에게 미국의 선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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