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직후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감자설을 유포한 것은 허위가 아니며, 따라서 주가를 조작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이는 1심 판결과 정면배치되는 것이지만,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절차에는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고의영)는 24일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주가조작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 뒤 법정구속된 유 대표는 자산유동화회사(SPC) 간 수익률 조작 등으로 SPC에 손해를 끼친 혐의 일부와 국회 증인 불출석 혐의 등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이날 석방됐다.
재판부는 또 주가조작을 통해 외환카드 인수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1심에서 각각 벌금 250억원이 선고된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한국법인인 LSF-KEB홀딩스SCA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주가조작 혐의의 유ㆍ무죄를 가른 핵심 쟁점은 2003년 11월 21일 발표된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감자계획 검토’에 능력과 의지가 있었는지 여부. 재판부는 “이사회 결의와 다음날 발표 내용은 기본적으로 ‘장래에 감자를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동일한 내용으로, 이는 장래의 불확정된 사실에 관한 외환은행 이사회 구성원들의 주관적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당시 론스타 측이 감자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자 없는 합병’이 이뤄지긴 했지만, 감자계획 발표 당시 론스타 측이 합병 비용을 낮추려는 동기나 ‘주가 하락의 의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자 실행 검토 의사도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무죄판결 이유를 모두 납득할 수 없다”며 “론스타가 합병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허위 감자계획 유포를 모의한 명백한 물증이 있고, 핵심 관련자의 증언도 있는데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선고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검찰의 상고 등 아직 사법적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임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제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특히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1심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재판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론스타는 영국계 은행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하고 정부에 매각 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법조계와 금융계는 이번 판결이 론스타 사태의 핵심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론스타 측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결정한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에 대한 1심 재판은 외환카드 주가조작과는 성격이 확연히 다른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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