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비해 열 명 중 한명이 중산층에서 이탈했다. 이들 대부분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중산층의 붕괴' '중산층의 위기'가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계층간 양극화가 극심해진 결과, 다시 말해 환란의 산물이다. 정부의 복지지출이 빈곤층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중산층 몰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구 중 중산층 가구 비중은 환란 이전인 1996년 68.5%에서 2006년 58.5%로 줄었다. 환란 이전에는 열 가구 중 7가구 가량이 중산층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6가구도 채 못 미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가구소비실태조사와 가계조사 등을 분석해 중위 소득(가처분소득 기준)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중위 소득은 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사람의 소득을 말하는 것으로, 지난해 4인 가족 기준 중위 소득은 월 291만원이다.
지난 10년간 중산층에서 이탈한 이들 중 70%는 빈곤층(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추락했다. 중산층을 이탈한 10%포인트중 상류층에 합류한 가구는 3%포인트 정도였지만, 빈곤층으로 떨어진 가구는 7%포인트에 육박했다. 따라서 이 기간 상류층은 20.3%에서 23.6%로 소폭 증가한 데 비해, 상대 빈곤율이라고 불리는 빈곤층의 비중은 11.3%에서 17.9%로 크게 확대됐다. 계층 간 소득 양극화가 훨씬 심화된 것이다.
중산층의 몰락을 보여주는 지표는 이 뿐이 아니다. 중산층의 붕괴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울프슨지수도 매년 치솟고 있다. 1996년 0.2388이던 지수(가처분소득 기준)는 2000년 0.2799, 다시 2006년에는 0.2941로 높아졌다. 또 하위 20%의 소득 점유율이 10년 전 7.9%에서 지금은 5.7%로 낮아졌고, 소득 분배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5분위 소득/1분위 소득)은 이 기간 4.79배에서 7.02배로 확대됐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7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중산층에 위기를 몰고 온 주범은 환란이었다. '대규모 실업자 양산 → 자영업 창업 장려 →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 포화 →실업 및 저임금 근로자 확대'로 이어졌다. 가족제도의 해체도 빈곤 확대에 영향을 줬다. 독거노인 등 빈곤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빈곤의 확산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복지 지출 증가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복지지출을 대폭 늘렸던 참여 정부에서도 중산층의 몰락을 막지 못한 만큼, 새 정부에서 중산층 복원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해법을 복지전달체계 효율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참여정부에서 복지지출 100을 했다면 부정 수급 등으로 절반 정도밖에 빈곤층에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어차피 재정은 한정돼 있는 만큼 정책의 포커스를 분배보다 빈곤 해소에 맞추고 복지전달체계가 효율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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