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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가대표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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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가대표 이세돌

입력
2008.06.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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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세계 마인드스포츠대회가 10월 4~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이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담긴 행사다. 올림픽(8.8~24)과 장애인 올림픽(9.6~17)이 끝난 뒤 열리는 이 대회의 종목은 바둑 체스 브리지 체커 중국장기등 5가지로, 모두 3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관심이 가장 높은 것은 역시 바둑이다.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 페어전, 오픈 개인전등 6개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한중일 삼국지가 벌어지게 됐다.

▦ 대회요강에는 아마추어든 프로든 제한 없이 출전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구리 창하오 9단등 프로기사들로 최강 팀을 짰다. 어느덧 3개국 중 바둑이 가장 약한 나라가 돼 버린 일본도 야마시타 게이고, 다카오 신지 9단등 어느 세계대회 못지않은 최정예를 내보낸다. 한국은 두 달 가까이 진통을 겪다 프로기사 21명, 아마추어 4명 등 출전자 25명을 겨우 확정했다. 팀 구성이 이처럼 늦은 이유는 이세돌 9단의 출전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국내 랭킹 1위, 사실상 세계 랭킹 1위인 이9단의 출전 여부는 한국의 성적은 물론 대회 자체의 성패와 권위를 좌우한다.

▦ 국내 랭킹 2위인 부동의 국가대표 이창호 9단이 건강 때문에 불참을 선언한 바 있어 이세돌의 출전은 더 긴요해졌다. 그러나 세계 정상의 기사를 상금도 대국료도 없고 각국의 아마추어 수준 선수들과 겨루는 행사에 나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대회에 장기간 묶이면 국내외 일정이 꽉 찬 그에게 현실적으로 큰 손해다. 잘 해야 본전, 잘못 되면 체면만 구긴다. 그런데 이세돌은 어쨌든 출전을 결심했다. 망설이던 기사들도 ‘세돌이가 나간다면…’ 하고 나섰다. 한국기원이 그를 설득하며 출전일정을 조정하는 배려를 약속했지만 선택은 어디까지나 그의 몫이다.

▦ 그의 기세는 놀랍다. 작년에 국내기전 1위 명인전 타이틀을 따더니 올해 삼성화재배 LG배를 차지했다. 다 진 바둑을 사금파리같이 째고 후벼 뒤집은 경우가 많다. 아직도 바둑에서 도를 찾는 사람들은 이세돌 식 행마에 동의하지 않지만, 바둑은 결국 승부일 뿐이다. 이달 초 제20회 TV바둑 아시아선수권을 차지한 그는 준우승자 조한승 9단과 함께 상금을 쓰촨 지진 성금으로 기부했다. 마인드스포츠 출전은 또 하나의 사회봉사인데, 그는 지금껏 단체전 국가대표를 한 적이 없다. 나의 싸움이 남들을 위해 기여한다는 의식이 앞으로 그의 바둑에 더 큰 힘이 되기 바란다.

임철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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