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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촛불이 꺼진다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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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촛불이 꺼진다 한들

입력
2008.06.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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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의 두 스타가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해 또 한번씩 말씀들을 쏟아냈다. 그 말들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타고 네티즌들의 도마에 오른다. 그들의 말, 그들이 선택한 용어에서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불신을 본다.

한 사람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다. 19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그는 논객의 면모를 재확인시켰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촛불집회를 “처음부터 조종하려는 세력이 있었다”며 “집단지성의 동력이 떨어질 때 그 사람들이 전면으로 나설 것이다. 그때부터 정권 타도로 나오고 다시 폭력이 행사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천민민주주의라고 본다"고 하자 진중권은 “천민민주주의라는 말은 없다”고 반박했다. “고소영ㆍ강부자 내각이 지배하는 지금 우리나라 같은 사회는 천민자본주의라고 하지, 천민민주주의란 말은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토론에서는 진중권이 압승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네티즌들의 평가다. 진중권의 지적대로 천민자본주의라는 용어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이라는 책에 나오는 용어다.

또 한 사람의 스타는 소설가 이문열이다. 그는 17일 평화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촛불 장난을 오래 하면 불에 덴다. 이제 촛불집회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 일어나야 할 때”라며 “의병이란 것은 국가가 적의 침입에 직면했을 때뿐만이 아니라 내란에 처해 있을 때도 일어나는 법"이라고 말해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앞서 자신의 소설 <초한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는 촛불집회를 ‘디지털 포퓰리즘’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천민자본주의와 디지털 포퓰리즘, 진중권과 이문열이 가진 지금의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극과 극이다. 두 사람의 인식과 용어에는 도무지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국민들도 그 간극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 여론을 대변해야 할 언론은 두 문화계 스타의 인식 차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오히려 그 차이를 더 부추기는 듯한 보도 행태를 보인다.

그 와중에 쇠고기 사태가 추가협상이라는 땜질로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듯한 기미를 보이자, 이제 그만했으면 됐다며 ‘촛불 이후’를 생각하자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서둘러 촛불 이후를 논해야 할 것인가. 쇠고기 사태로 켜졌던 촛불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간극, 그로 인한 갈등은 그렇게 쉽사리 덮고 지나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언제든 계기만 있으면 촛불은 ‘천민자본주의’와 ‘디지털 포퓰리즘’을 기름 삼아 다시 타오를 것이다.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가 안 들어온다고 해서 한국 국민들이 이제 안심하고 수입 쇠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오히려 한우 쇠고기 소비까지 급격히 줄어든다는 통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쇠고기 사태를 계기로 상처받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문제인 것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대운하도 접겠다고 물러선 이명박 정부의 첫번째 과제는 그 불신의 해소다. IMF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4.1%로 암울하게 전망했다는 뉴스가 그나마 쇠고기 사태 와중에 나온 것은, 장밋빛 747(매년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공약을 내걸었던 이 정부에 오히려 다행이다.

이제 다시 무엇으로 국가의 동력을 삼을 것인가. 촛불 이후를 그려보는 것은 좋지만, 언제나 촛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뢰야말로 진짜 동력이 된다.

하종오 문화부 부장대우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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