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의 기류가 심상찮다. 백악관이 당초 내달 초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됐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연기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부담으로 작용한 게 분명하다.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G8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국방문계획을 취소하면서 “오는 8월 부시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때 방한이 될 수도 있다”고는 밝혔다.
하지만 사실 실현여부도 미지수이거니와 8월 방한은 7월 방한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 대선 후보들의 본격적인 선거레이스로 접어들어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상황이어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이른바 ‘21세기 전략동맹’의 미래비전과 구체방향 등 한미 현안에 대한 한미간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내달 7~9일 일본에서 G8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7월 방한은 당초 부시 대통령이 먼저 언급했던 만큼 백악관의 부시 대통령 방한 연기발표는 최근 한국의 상황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로 방미한 정몽준 의원과의 면담에서 G8 정상회의에 즈음 해 방한을 희망했고, 4월 이 대통령의 방미 당시 이를 사실상 확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의 방한 연기에는 쇠고기 파동을 둘러싼 두 가지 요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측은 촛불집회에 따른 불안한 한국 정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4월 18일 합의안에 대한 양보안을 두 차례나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는 불투명하다. 그래서 미측이 한국 측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갖게 된 것이 확실하다.
한나라당이 정부 측 입장에 손을 들어줘 이번 주 중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의 관보 게재를 하게 해 준 것은 이런 불신감을 해소해 부시 대통령의 방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백악관의 분위기를 돌리지 못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안전상의 문제도 있거니와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백악관이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백악관은 최근 우리측에 부시대통령의 방한 여부를 아예 일임해 이명박 정부의 판단에 맡겨 방한 시기에 대한 최종 조율작업이 진행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쇠고기 수입이 지연되는 데 따른 자국 내 부정적 여론과 한국적 상황에 비춰 7월 방한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쇠고기 문제가 한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증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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