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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불안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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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불안의 실체

입력
2008.06.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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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대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이끌어낸 6년 여에 걸친 세계적 호황은 전례가 없었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세계화의 초기 혜택에 도취되어 신브레튼우즈 체제가 수용하기 어려운 위험을 간과한 결과 인플레이션의 악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작년에 시작된 서브프라임 사태와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재원제약(resource constraint)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메시지이다. 성장 일변도의 드라이브와 레버리지 및 위험 이전으로 투자포지션을 일방적으로 확대해오던 일련의 관행은 종식될 수밖에 없다.

현 금융불안의 실체는 미루어져 온 글로벌 조정 부담이 체제적으로 취약한 신흥시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유동성을 흡수해왔던 자산시장의 축소 조정으로 상당한 금융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점, 인플레이션까지 가세한 여건 하에서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환율체제의 불안과 자산시장의 버블을 공통 배경으로 하고 있는 과거 금융위기들은 위험평가의 장기적 왜곡이 정상적 시장 작동으로 해소되지 못하는 데서 야기된다. 급격한 시장 조정을 통해 일시에 균형을 복원하려는 과정이 금융위기의 본질이다. 문제는 조정 과정이 고통스럽고 도덕적 해이가 증폭되어 위기 후유증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불안이 거듭될수록 취약계층으로 피해가 가중되면서 양극화 심화와 사회적 불안이 고착된다.

그런데 신흥시장의 경우 금융 안정에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며 정책수단마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조정과정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과거와 달리 글로벌 차원의 조정은 선진 경제인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서브프라임사태는 금융 안정을 위한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촉발하면서 달러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본위 체제는 이제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있다.

둘째, 세계적 불균형의 또 다른 축으로 중국과 인도 경제는 향후 조정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조정이 신속하고 광범위한 반면 각종 개입으로 조정을 지연시켜온 이들 거대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화의 틀 안에서 국가 간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조정 과정을 완만하게 이끌어낼 기구나 역할이 실종된 상황에서 신브레턴우즈 체제는 심각한 와해위기에 봉착해 있다. 정작 문제는 조정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신흥 거대국가의 조정이 불안하다는 점과 투기적 요소가 가세한 점이다. 이는 향후 금융불안의 징후가 되풀이되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외 충격요인이 우세한 현 여건 하에서 자체적 안정을 추구하는 데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이미 다가온 불가피한 충격은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며 거시수단마저 거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은 거시정책 조합보다는 근본적 차원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기초체력의 확보와 헤지가 어려운 위험요인을 사전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경쟁력 제고의 틀 안에서 자유화와 전략적 개방은 시장신뢰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위기 방지책이다.

자산시장의 급락 가능성은 거래되지 않는 위험의 누적과 더불어 높아지므로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일관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한 가장 냉철한 이해를 토대로 실천 가능한 정책노력에 대한 시장기대를 조율하고 경제주체들의 필요한 대응을 유도하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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