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단행될 개각의 성격과 규모를 놓고 한나라당 당권주자들과 신주류로 떠오른 홍준표 원내대표 간에 마찰음이 심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론이 대세를 이루자, 몇몇 당권주자들이 반론을 피력하고 이에 홍 원내대표가 다시 반박하면서 논쟁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23일 “거국내각 기분이 들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허태열 의원은 “내각의 전면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원내대표가 2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에 한나라당 전대에 출마한 분들이 개각을 거론하는 것이 득표수단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개각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당권주자들의 개각 발언을 스크랩한 자료를 보면서 “자기가 대통령이냐, 대통령은 소폭을 주장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폭을 주장하고 있네”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이날 당내 3선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 총리의 교체 여부를 놓고 허태열 의원과 논쟁을 벌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 원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 총리를 바꾸면 서리 상태가 되는데 서리는 헌법상 규정이 없다”면서 “야당이 그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 원구성 협상이 매우 어렵게 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총리는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허 의원은 “지금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인데 절차 때문에 총리를 못 바꾼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최근 청와대 의중을 반영하는 실세로 등장한 홍 원내대표가 이처럼 강하게 한 총리 유임론을 폄에 따라 당내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제로 소폭 개각에 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여당 내에서 전면 개각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 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려 총대를 맸다는 해석이 더 우세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대폭 개각이냐, 중ㆍ소폭 개각이냐를 결정하지 못한 채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의 추이와 정국 흐름에 따라 개각 규모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홍 원내대표가 ‘이심(李心)’을 대변하는 듯한 뉘앙스로 소폭 개각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개각 논쟁이 더 불붙기는 어려운 기류지만, 개각이 임박해지고 민심이 여전히 흔들린다면 전면개각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은 다분하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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