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짝퉁' 스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짝퉁' 스타

입력
2008.06.24 00:20
0 0

상품에만 짝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짝퉁이 있다. 명품일수록 짝퉁이 유행하듯, 유명 스타일수록 그를 흉내내는 사람도 많다. ‘짝퉁’ 스타의 우선 조건은 ‘얼굴’이 닮아야 한다. 닮으면 닮을수록 대리만족과 비교의 재미 역시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일단 생김새가 다르면 아무리 흉내를 잘 내도 그것은 하나의 ‘개인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스타일과 행동, 또 재능까지 비슷하다면 금상첨화. 그래야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짝퉁 상품과 다른 점은 진짜라고 속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미테이션(모방)’ 스타라고 부른다. 너훈아 나운하 주용필 설훈도 방쉬리 현수기 등 이름부터가 그렇다. 누구를 닮았으며 누구를 흉내내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이런 이름은 1980년대 운동화나 가방에 유행했고, 성인 비디오물은 지금도 인기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해 사용하고 있다. 외국에도 이미테이션 스타는 많다. 국내 한 증권사와 은행 CF에 파바로티와 오프라 윈프리의 모습으로 나오는 모델들 역시 그들과 얼굴만 닮은 ‘가짜’들이다.

▦국내 이미테이션 스타 대부분은 가수들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무대’라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클럽까지 생겼다. 지금은 30명 가량이 이 클럽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이미테이션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닮은 얼굴로만 무대에 오르면 야유만 쏟아진다. 가짜라고 무시 당하기 일쑤다. 라이브 무대에 오를 만큼의 기본적인 노래실력에, 모방 대상 가수 뺨치는 개성과 스타일까지 겸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다 하더라도 오리지날 가수의 인기 부침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팔자’를 갖고 있다.

▦서울고법이 가수 박상민을 모방한 임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그가 박상민과 똑 같은 얼굴을 하고 행동을 흉내냈기 때문이 아니다. 특정 외모는 독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박상민으로 행세했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자신이 박상민이라고 소개되자 침묵해 버렸다.

그리고 팬들에게 사인까지 박상민과 비슷하게 해 주었다. 게다가 노래 실력이 부족해 립싱크로 공연했다. 이미테이션 가수로서의 조건과 원칙을 저버린 셈이다. 짝퉁이냐 모방이냐의 차이는 결국 모양이 아니라 정체성에 있다는 얘기인데, 임씨의 경우 혹시 오랫동안 모방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진짜 박상민이라는 ‘정체성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닐까.

이대현 논설위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