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티드> 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물리학의 기본적인 법칙은 극장 밖에서나 적용되는 것으로 잠시 치부해야 한다. 이야기는 개연성을 지녀야 한다는 낡은 상식도 집에 고이 모셔두고 와야 한다. 원티드>
오랜 시간 자기 삶을 지배해 온 과학적 지식이나 영화적 상식과 작별할 각오가 단단히 돼 있지 않다면 배우들의 현란한 액션과 화려한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꽉 채워진 <원티드> 의 110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료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원티드>
‘한명을 죽이면 천명을 살릴 수 있다’는 신조를 바탕 삼아 악을 처단하는 비밀암살단의 활약과 내부 암투를 그린 <원티드> 에선 만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장면들이 연달아 스크린을 차지한다. 원티드>
총알이 서로 부딪혀서 찌그러지거나 추격전에 나선 차가 마주 달려오는 차를 도약대 삼아 덤블링을 하는, 상식 밖의 장면이 이어진다. 쿵푸영화에서나 봄직한 초절정의 신공(神工)도 무시로 등장한다. 등장 인물들은 총알로 날개만을 맞춰 파리를 ‘격추’시키고, 달리는 전철 위에서 림보를 하듯 몸을 낮춰 터널을 무사히 통과한다.
압권은 암살단원들이 언더스로 투수처럼 팔을 회전시키며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휘어져서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장면들. 역학의 법칙을 깡그리 무시한 이 장면들에서 관객들의 환호와 헛웃음이 교차할만하다. 신체적으로 딱히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듯 하지 않은 암살단원들의 유별난 능력은 수퍼맨이나 엑스맨의 초능력에 비견된다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태생이 궁금할 만도 한 이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그래픽 노블’(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 같은 만화). 만화적 상상력에 뿌리를 둔 <원티드> 의 거침없는 액션은 관객의 혼을 빼 놓으며 여름 밤하늘의 폭죽처럼 산뜻한 쾌감을 작렬 시킨다. 원티드>
말도 안 되는 액션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그 강도를 증폭시키는 <원티드> 는 액션의 파괴력을 바탕으로 의외의 설득력을 선사하기도 한다. 원티드>
상관의 부당한 압박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자기 여자친구와 놀아나는 직장동료에게 응징조차 하지 못하던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가 암살단원으로서 자아를 찾아 나서는 과정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관객다수의 마음을 움직인다.
안젤리나 졸리가 화면 밖으로 내뿜는 아찔한 카리스마도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 그러나 예기치 않았던 막판 반전은 되려 관객을 맥 빠지게 할 듯하다.
2004년 판타지 액션물 <나이트 워치> 로 러시아 영화의 상업적 가능성을 입증했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카메라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재능을 지닌 이 감독은 <원티드> 에서 날아가는 총알의 동선에 따라 화면을 재구성하는 등 카메라 유희를 맘껏 즐긴다. 2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원티드> 나이트>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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