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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는 얻었지만…

입력
2008.06.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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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놓고 미국의 협상자세가 너무 완강하고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화끈하게 들어주는 바람에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위기국면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이 추가협상에서 양보한 게 너무 작다는 것이다.

특히 내장이나 등뼈 등 우리 국민의 우려가 큰 부위의 수출을 미국이 굳이 고집한 데 대해 불만이 많다. 특히 이번 추가협상에서 내장의 경우 국민적 우려가 있는 만큼 내장 수입을 제한하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요구에 대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에 포함돼 있지 않는데 제외할 이유가 있느냐”는 미국측의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국제협상의 관행에서 보면 미국은 나름대로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나 동맹의 큰 틀에서 보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차원에서도 미국은 내장조차 양보하지 않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는 물론 ‘메이드 인 USA’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커지는 손실을 입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일부 언론사에 대해 광고중단 압박을 하고 있는 네티즌들이 미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양국 모두 쇠고기 문제를 그 자체로 국한해 생각할 수 없는 게 한국적 상황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쇠고기 협상을 자국 축산업자의 이익 차원에서만 풀어간 것은 한미관계라는 큰 틀에서 보면 근시안적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향후 동맹현안 협상에서 양국이 ‘이익의 균형’을 맞추더라도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점이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한미 간 현안마다 사회적 이슈로 비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시작도 하지 않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벌써부터 ‘퍼주기’로 몰아가고 있다. 일반 국민들도 쇠고기 파동의 학습효과로 진보진영의 주장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국 내 반미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미국이 동북아 정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데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이 국제수역기구(OIE)의 기준을 넘어서는 양보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이 카드로 쓴 상황논리를 상당부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수십 년 간 미국과 대미통상교섭을 해온 한 외교관은 “융통성이 없다 싶을 정도로 원칙(과학적 기준, 국제규범 등)에 집착하는 게 미국의 협상자세이자 문화”라며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적 상황을 수용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가치도 변하듯 미국도 촛불집회를 통해 한국적 상황을 이해했다면 좀더 융통성을 보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칙’만을 고수하기에는 향후 양국이 감당해야 할 대가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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