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주는 전제조건으로 정부가 내건 ‘법적 불확실성 해소’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24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이 예정된 가운데, 금융위원회측은 이번 판결만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내려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합법성 여부와 직결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외환은행관련 사건은 주가조작사건과 헐값매각사건(정부가 외환은행을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불법적으로 싸게 넘겼다는 의혹) 2가지다. 금융당국은 이중 현재 1심이 진행중인 헐값매각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사실상 매각승인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사건이 외환은행 논란의 핵심이고, 이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고서는 정부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지난 20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헐값매각사건 1심 결과만을 확인하고 승인해 줄 것인지, 대법원 판결까지 거쳐야 승인이 내려질 것인지를 두고 다시 미궁에 빠진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1심 후냐, 3심 후냐에 대한 답은 지금 전혀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 정부 조차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언뜻 무책임해 보이지만 섣불리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허가했다가 큰 부작용과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매각을 먼저 승인했는데 이후에 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체가 불법이었다고 결론 낼 경우 정부는 큰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향후 언제든지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입장에서 볼 때 외환은행 매각 승인 유보가 오히려 실익을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했던 계약을 파기하고, 결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 없는 지분쪼개팔기(10% 미만)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게를 얻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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