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목동 삼성전 9회말 결승점을 올린 히어로즈 유재신은 홈을 밟은 뒤 도망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 15일 인천 KIA전에서 대타홈런을 날린 SK 박재홍은 덕아웃에 들어온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후배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뒤통수 때리기, 발로 차기, 뒤에서 목 휘어 감기, 잡아서 넘어뜨리기, 넘어진 사람 발로 차고 밟기. 이상은 이종격투기에 나오는 싸움기술이 아니다. 요즘 야구장에서 홈런이나 결승타를 때린 경기 히어로에 대한 세리머니 장면이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폭력 세리머니’가 야구장 문화로 자리잡았다. 프로뿐 아니다. 학생야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고교야구에서도 동료를 발로 차거나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행위는 이미 보편화됐다.
‘폭력 세리머니’를 자세히 보면 한번 맞은 선수는 다른 동료에게 ‘보복’을 하고, ‘보복’을 당한 선수는 또 다른 선수에게 ‘보복’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동안 ‘폭력’의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결승타를 치고 홈을 밟은 선수가 동료들에게 달려가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로 도망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러 면에서 열악한 한국의 여건상 프로선수로서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많다. 구장에 샤워시설도 없어 방문경기 후 동네목욕탕 앞에 차를 세워놓고 줄줄이 뛰어들어가야 하고, 이동수단을 전적으로 버스에 의존하는 관계로 여름철에는 경기 후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기도 한다.
열악한 시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의 매너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욕설을 하거나 ‘폭력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시급히 고쳐져야 할 것들이다.
차제에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폭력 세리머니’가 아닌 구단이나 선수 개개인의 독특한 세리머니 개발이 필요하다. 프로는 프로다운 품위와 멋을 지켜야 한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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