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을 낮게 묻어 가스요금을 인하한다?’
지식경제부가 도시 가스용 배관 매설을 위한 깊이 기준을 완화해 가스요금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관련 업계는 당장 실효성이 없는 황당한 정책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지경부는 23일 도시가스 부문의 규제를 완화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위험성이 낮은 지역의 배관 매설 깊이 기준을 완화, 사업자의 배관 설치비를 낮춰 이용자의 가스요금 인하를 도모하겠다는 것. 즉, 땅을 덜 파면 비용이 적게 드니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이용자들의 요금도 낮출 수 있다는 단순 발상이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폭 4m 미만 도로의 배관 매설 깊이를 기존 0.8m에서 0.6m로, 폭 8m 미만 도로의 경우 기존 1m에서 0.8m로 각각 완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도시가스업체들이 연간 48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경부 발상대로 배관 매설 깊이를 낮춘다고 해서 가스요금이 내려갈 지는 미지수다. 우선 소매 요금 결정 권한은 각 시ㆍ도지사에게 있다. 지경부가 협조 공문을 보내 소매 요금 인하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현실성도 떨어진다. 도시가스 공급업체 A사 관계자는 “서울 지역만 해도 도시가스 보급률이 96%에 이르며 미보급 지역은 산꼭대기, 암반 지역 등 배관이 어려운 곳”이라며 “이미 공사가 다 끝난 마당에 배관 매설 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가스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는 발상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공급 지역도 배관을 새로 하지 않는 이상 매설 기준 완화만으로 가스요금을 낮출 수는 없다”며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혀를 찼다. 개정안은 이달 중 법제처 심사를 거쳐 다음달 중 공포될 예정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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