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의 책임공방 1회전은 23일 삼성측의 KO패로 끝났다. 법원이 허베이스피리트측에는 무죄를 선고하고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향후 피해 주민들과 허베이스피리트측 간의 민사소송과 피해배상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사고책임에 대해 “기상악화에 따른 항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주변 선박이나 대산항 관제센터와 제대로 교신하지 않았고 규정에 따른 충돌예방 등화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삼성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애초 대형크레인에 비해 예인선단의 규모가 작게 편성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재판부는 허베이스피리트호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면죄부를 줬다. 앞서 검찰은 유조선이 해양오염사고 위험이 높은 단일선체인데다 통항이 빈번한 곳에 정박하고도 강도 높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측을 기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조선의 정박지점은 관제센터가 권고한 지점에 인접한 정당한 정박지이며, 단일선체도 국가가 항해를 허용한 만큼 통상보다 더 높은 경계의무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판결을 놓고 피해주민들과 삼성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태안유류피해민연합대책위 최한진 사무국장은 “삼성측에 내려진 형량은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유조선이 아니라 예인선단에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 동안 “가만히 서 있는 배와 달려들어 충돌한 배의 책임이 같을 수 있겠느냐”며 삼성측의 중과실과 무한배상을 주장해 왔다.
삼성측은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검찰이 쌍방과실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삼성측에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삼성중공업측은 “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항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정부의 구상권 청구와 피해주민들의 민사소송에 대해 “구상권은 주민지원특별법에 조항이 명시되지 않아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주민들의 개별적인 소송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주민들을 위한 대책과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사회발전기금으로 출연한 1,000억원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추가 대책을 내놓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피해조사와 이에 따른 보상절차가 개시된 후에 추가적인 사회발전기금 출연이나 기타 대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성우기자 swchun@hk.co.kr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