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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332> 문주반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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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332> 문주반생기

입력
2008.06.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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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동 / 범우사

1903년 6월 24일 국문학자 양주동이 태어났다. 1977년 몰. 그는 자칭 ‘국보 1호’였던 희대의 재사이자 기인이다. 초등학교 때 담임이던 은사 한 분을 생각하면, 그 분이 국어 시간이 아니더라도 수업 중 틈만 나면 그때는 살아있었던 국보 1호 양주동에 얽힌 갖가지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주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가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하는 가곡 ‘어머니의 마음’의 노랫말을 지은 사람이라는 것, <여요전주(麗謠箋注)> 라는 도무지 뜻도 모를 제목의 훌륭한 책을 쓴 사람이라는 것도 그때 들었다.

양주동은 와세다대 영문과를 졸업한 영문학자이자, 시지 <금성> (1923)을 발간하고 시집 <조선의 맥박> (1930)을 낸 시인이며, <문예공론> (1929)을 발간한 문학평론가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그의 업적은 향가와 고려가요 등 우리 고전문학 _ 옛 노래를 되살려놓은 데 있다. 현전하는 향가 25수 전편을 최초로 해독한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 (1942), ‘가시리’ 등 고려가요를 주해한 <여요전주> (1946)가 그것이다. 지금 한국인들이 우리말과 뜻으로 1,000~2000년 전의 향가와 고려가요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양주동의 공로다.

1950년대부터 양주동이 ‘걸어다니는 국보 1호’를 자칭한 것은 바로 그러한 ‘우리 것’의 연구성과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람강기의 문장에 실린 그의 기지와 해학, 풍류를 볼 수 있는 책이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 (1959)다. “내 이름 양주동은 양주(洋酒)동이, 입이 걸쭉해서 양(兩)주둥이”라 했다던 그가 글(文)과 술(酒) 이야기로 풀어낸 자전적인 수필집이다. 교과서에도 실렸던 글 ‘몇 어찌’를 비롯해, <문예공론> 을 함께 냈던 염상섭과 하루 100가지의 술을 마시자며 이름지었다는 백주회(百酒會)의 사연 등 공부와 술에 대한 사랑, 그로 맺은 인연들이 구수한 글솜씨로 전해진다. 불과 반세기 전의 글인데, 요즘 보기 힘든 멋과 맛이 넘치는 문장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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