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은 돌고 돌아 결정적인 찰나에 스페인의 손을 들어줬다.
스페인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27ㆍ레알 마드리드)는 6년 전인 2002한ㆍ일월드컵에서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서 웃고 울었다. 16강전에서 아일랜드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에 올랐지만 한국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승부차기 악몽’은 스페인의 메이저대회 ‘8강 징크스’와 맞물려 더욱 뼈아팠다.
카시야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텔 슈티다온에서 열린 유로 2008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또 다시 ‘러시안 룰렛’의 운을 시험하는 승부차기의 중심에 섰다.
양팀은 전후반과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간 0-0의 헛심공방을 벌인 끝에 승부차기로 4강 운명을 가리게 됐다. 카시야스는 이번에는 최대 적수를 만났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야신상’을 받은 부폰(유벤투스)과 ‘거미손 대결’을 펼치게 된 것.
후반 16분 마우로 카모라네시(유벤투스)의 결정적인 슛을 동물적 감각으로 막아내는 등 무실점으로 선방한 카시야스의 순발력과 판단력은 승부차기에서도 빛났다.
카시야스는 이탈리아의 두 번째 키커 다니엘레 데로시(AS로마)와 네 번째 키커 디나탈레(우디네세)가 왼쪽으로 찬 공의 방향을 정확히 읽고 막아내며 부폰을 압도했다. 스페인은 세 번째 키커가 부폰에게 막혔지만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선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가 깨끗이 성공해 4-2로 승리했다.
스페인은 ‘철벽방어’를 선보인 카시야스를 앞세워 1984년 대회 준우승 이후 24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또 월드컵,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같은 메이저대회 8강 문턱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어 생긴 ‘8강 징크스’도 훨훨 날려버렸다.
카시야스는 “승부차기에 대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가지고 골대 앞에 섰다”며 “2002월드컵에서 1승1패였던 운이 이번에는 우리에게 기울었다. 승부차기는 운이 결정하는 복권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유로 2008은 4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진 가운데 스페인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히딩크 매직’의 러시아와 결승 길목에서 만나게 됐다.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러시아를 4-1로 대파한 적이 있다. 독일-터키는 26일 스위스 바젤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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