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캔 두’ 정신을 되살리자!”
초강대국 미국을 일궈낸 근간 중 하나가 ‘캔 두’(Can-do) 즉 ‘할 수 있다’는 정신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누구나 부와 사회적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소위 ‘아메리칸 드림’은 역동적인 미국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캔 두’ 정신이 무너지면서 나라 전체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 서부를 삼킨 물난리, 최대 3배까지 뛰어 오른 곡물가격, 기름값 상승, 집값 하락, 대학 등록금 인상 등으로 미국 중산층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건강보험은 엉망진창이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자는 물난리 발생 1,000일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끝이 나지 않을 듯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22일 “이 모든 난관 속에서 정부가 어떤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방향성 상실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AP통신-입소스가 공동 실시해 18일 발표한 설문 결과, 응답자 1,000명 가운데 ‘미국이 옳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대답한 이는 17%에 불과했다.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저조한 수치다.
미국에서 ‘캔 두’ 정신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의 노력, 특히 교육 정도에 따라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이 가능한 ‘기회의 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러 통계들은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서의 명성을 이미 오래 전에 상실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2005년 런던정경대학(LSE)과 브리스톨 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미국은 영국 등 유럽 국가를 제치고 사회이동이 가장 어려운 국가로 꼽혔다.
보고서는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2006년 센터 포 아메리칸 프로그레스의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저소득층 어린이가 성장해 소득 상위 5% 그룹에 진입할 확률은 1%에 불과했다. 이처럼 닫힌 사회로 변해 가면서 미국 중산층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누가 미국의 자존심을 되찾아 줄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베트남전 참전 사실 등을 내세워 개척정신의 소유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구호부터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내세운 오바마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조부모 손에서 자랐지만, 교육과 노력 덕분에 대선 후보 자리에까지 오른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지는 오바마를 두고 이제 아들이나 딸에게 “‘노력하면, 언젠가 너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미국이 전반적인 방향 상실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0년대 경제위기, 1980년대 이란 인질사태, 또는 냉전 시대나 대공황 시기도 있었다. 아메리칸 대학의 앨런 리히트만 교수(역사학)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면 늘 낙관적인 시기가 도래했고, 정권교체가 중요한 계기가 되곤 했다”며 “미국인들은 곧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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