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에서 13일부터 일주일동안 미측과의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에 매달렸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9일(현지시간) 5차 장관급 회담을 마친 뒤 “서울로 간다”고 말했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끝났다는 뜻이었다.
주미 한국대사관과 미 무역대표부(USTR)는 곧바로“협상 결과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상호 만족할만한 결과에 근접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협상 타결’로 해석하기에 충분한 움직임이었다. 김 본부장의 귀국강행 시도와 미측의 만류, 협상 일정의 돌연한 연기 등 우여곡절 속에 계속된 모두 7차례(공식 5차례, 비공식 2차례)의 양측 회담은 이로써 일단락됐다.
김 본부장과 미측 무역대표부(USTR) 수전 슈워브 대표사이에 진행된 19일 마지막 날 협상은 오전 8시40분에 시작돼 오후 6시40분까지 10여시간 동안 계속됐다.
양측 협상단은 오후 3시께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 막바지 담판을 이어가 회담장 주변에서는 양측이 무기한 ‘끝장 협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협상이 끝나기도 전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월령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되지 않으면 수입 자체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기 때문에 협상은 더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협상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이 대통령의 배수진이 한국 대표단의 협상력을 높여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측 협상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했다.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국민적 불안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측은 협상 결과에 대해 처음에는“양측은 상호 만족할만한 협상 결과를 도출하고 이 합의사항이 실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것이‘만족할 만한 협상결과 도출’이라는 부분에 무게가 실리면서 보다 긍정적으로 확대 해석되자 주미 대사관측은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만족할만한 협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진지한 협의를 했으며 상호 만족할만한 결과에 ‘근접’했다”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15일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뉴욕까지 갔던 일 때문에 미 일부 언론들로부터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을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김 본부장은 협상 결과에 대해 “서울에 가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협상이 끝나자마자 20일 0시50분발 대한항공을 타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 김 본부장은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아직까지 좀 남아있는 게 있다”고 여전히 신중했다. 국민들의 촛불집회가 성적표를 매기기 전에는 협상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가 어려운 듯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