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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빠삐용'의 무대 발리 울루와투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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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빠삐용'의 무대 발리 울루와투 사원

입력
2008.06.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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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는 생명의 섬이다. 관광객을 위해 제 색깔을 지운 여느 휴양지와 달리,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살아있는 땅이다. 그 전통의 중심에 힌두교가 있다. 서울의 교회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발리의 힌두 사원. 그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울루와투 사원이다.

섬의 남서쪽 75m 높이 절벽 위에 있는 울루와투 사원은 발리의 9대 사원의 하나다. 11세기에 세워진 이 사원은 죽음과 질병의 화살을 쏘는 궁신(弓神) 루드라를 모시는 곳이다. 축제 때만 사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1년 내내 관광객들이 찾는다. 실은 사원보다 주변 경치가 더 매력적이다.

탁 트인 전망, 철썩거리는 인도양의 파도, 시원한 바람. 아래를 내려다 보면 까마득한 바다 때문에 덜컥 겁이 날 정도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뛰어내린 장면도 바로 이곳에서 찍은 것이다.

그러나 날이 저물고 관광객들이 빠져나가면 그제서야 조용히 이곳을 찾아드는 사람들이 있다. 관광객의 모자와 안경을 빼앗는 짓궂은 원숭이 마저 잠잠해지는 고요한 저녁 시간에 이들은 사원 부근에서 혼자만의 힌두 식 명상에 든다. 이들에게 발리의 사원은 안식처이자 기도처이다.

발리에는 최고봉 아궁산(3,142m) 부근의 베사키 사원을 중심으로 8방위의 끝에 주요 사원이 있다. 울루와투 사원은 그 중에서 남동지역의 사원이다. 우리나라 농촌의 마을회관처럼 동네마다 사원이 있고 내로라하는 집안에 또 사원이 있으니, 그 수를 2만개 정도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히 몇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발리의 사원은 1년에 두 번 이상 축제를 한다. 축제는 짧게는 3일, 길게는 한달간 계속되는데 그때는 제사를 지내고 춤을 추고 노래도 한다. 축제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낮이고 밤이고 틈날 때마다 사원에 들러 기도하고 요가를 한다. 요가하는 사람은 해 뜰 무렵 남동쪽 바닷가 모래사장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남부 해안의 일부 호텔을 제외하고는 건물은 야자나무보다 낮게 지어졌는데, 나무 위에 힌두교의 신이 다니는 길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니 이 역시 발리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도 발리다.

원래 발리의 종교는 동식물 등 자연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이었다. 그러나 14세기 중반 인근 자바섬의 힌두 왕조가 침입하면서 힌두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패한 발리 사람들은 산으로 들어갔고, 새로 정착한 힌두 문화가 기존 종교와 결합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3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발리 인구의 90%가 힌두교도다.

물론 관광산업이 발달하면서 발리의 전통 문화도 바뀌고 있다. 호텔, 외국계 대형 할인점, 패스트푸드 식당이 들어서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관광산업에 종사하니 변화가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고유의 문화를 섬 곳곳에서 만끽할 수 있다. 보이기 위한 박제된 문화가 아니라, 힌두교를 매개로 한 살아있는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땅이다. 그래서 발리를 생명의 섬, 신들의 섬이라고 부른다.

발리=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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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 환상적 경관 황홀한 스릴 그리고 아늑한 휴식까지

바다, 산, 강이 어우러진 발리에서는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것은 래프팅. 섬의 중앙을 흐르는 아융강 부근에 여러 코스가 있지만 강 상류 베당에서 출발하는 게 스릴도 있고 경치도 좋다. 10여m 높이의 폭포수가 떨어지는 출발지부터가 장관이다. 10분 정도 내려가면 수만 마리의 박쥐가 붙어 끅끅 울음소리를 내는 박쥐동굴이 나온다.

녀석들이 떨어뜨리는 배설물을 피하며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5m 높이의 폭포가 나타난다. 보트가 폭포 아래로 꽂히는 순간 탑승자의 입에서는 비명이 저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의 내린천 래프팅이 호쾌하고 박진감 있다면, 아융강 래프팅은 열대 자연의 멋진 경관이 일품이다.

바다를 즐기려면 데이 크루즈도 좋다. 크루즈선을 타고 인근 누사페니다 섬으로 건너가 한적한 분위기에서 스노클링을 하거나 바나나보트를 탈 수 있다.

최고봉 아궁산을 오르는 트레킹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활화산의 이국적 풍경과 화산 폭발로 생긴 산중 호수의 경치를 볼 수 있다. 우붓마을에서 그림, 목공예품 등 발리 예술을 감상하거나 선악의 구도를 담은 케착댄스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관광청 한국사무소(02-534-0327)로 문의하면 발리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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