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군데 제법 무성한 숲이 포근한 느낌을 주고, 바람에 따라 향긋한 나무냄새가 실려와 코끝을 간질인다. 꽃사슴을 발견한 아이들이 손뼉을 치고 그 소리에 놀란 원앙이 푸드득 날아 오른다. 지난 18일로 개장 3돌을 넘긴 서울 성동구 서울숲은 도심 생태숲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골프장과 승마장으로 이용되던 공간에 서울시가 2,300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 2005년 6월18일 개장한 서울숲.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일대 115만㎡, 여의도 공원의 5배 면적에 달하는 서울숲은 연간 이용객이 800만명(평일 2만~4만명, 휴일 5만~10만명)에 달하는 등 서울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 됐다.
개장초기만 하더라도 이 곳은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에 둘러싸여 ‘숲’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3년 만에 서울숲은 확실히 달라졌다. 100여종의 41만주의 수목이 피워내는 잎들이 녹음을 이루고 시원한 바닥분수와 함께 숲속 곳곳에 놓인 조형물들은 고요한 숲속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개장초기 방사한 사슴과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이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망가거나 죽기도 했으나 이젠 새집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2005년 40마리에서 시작한 꽃사슴은 지난해 15마리가 늘어난 데 이어 올해 6월에만 2마리가 새로 태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식구들 중에 15마리는 청와대 등으로 분양되기도 했다.
야생조류도 크게 늘었다. 개장초에 진행된 모니터링에서는 59종이 관찰됐으나 지난해 9월 조사결과 총 86종이 확인됐다. 관찰된 조류는 서울시 보호종인 흰날개해오라기를 비롯, 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도요새, 물떼새 등이었고, 휘파람새와 딱새류 등의 서식이 두드러졌다.
문화예술공원, 체험학습원 등 5개의 테마공원에서 펼쳐지는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세종문화회관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야외무대에서 여는 ‘서울숲 별밤축제’ 등 수준 높은 공연들이 평균 1,500명 이상의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당초 턱없이 부족했던 화장실(9), 음수대(16), 매점(3) 등 편의시설들도 곳곳에 확충됐다.
서울숲사랑모임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숲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며 “연간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책 읽는 공원’ 등 수십 가지의 공원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이나 주차장 부족 등은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날 노부모를 모시고 숲을 찾은 김정수(49)씨는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에는 한계가 있다”며 “남녀노소가 찾을 수 있는 서울숲이 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확충하든지 주차장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150여면에 불과하다.
윤상윤(59) 서울숲관리사무소장은 “숲 주변에서 진행중인 공사가 마무리 되고 왕십리와 선릉을 잇는 분당선 연장구간이 2010년께 개통되면 보다 많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서울숲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김응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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