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4 티베트 소요사태는 중국 정부가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르고자’ 한 계획을 ‘안전하게만’으로 궤도수정시킬 만큼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4월 초 파리, 런던 등에서 진행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에서 반중 시위가 불길처럼 일어나 성화가 꺼지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세계는 반중 물결에 휩싸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많은 유럽연합(EU) 국가 원수들은 여론을 의식,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 의사를 밝혔다.
중국에서는 반작용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애국주의 선풍이 일었다. 네팔에서 발생한 승려 시위를 티베트 승려 시위로 오인 보도한 독일 등 서구 언론은 중국인들의 규탄 대상이 되었고, 중국인을 비하한 CNN 방송 앵커의 발언으로 반(反) CNN 캠페인이 전개됐다.
중국 젊은이들은 티베트 망명정부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까르푸 등 일부 서구 기업의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4월 27일 서울의 성화봉송 행사에서는 중국 청년들이 반중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개혁 개방이 시작된 1980년 이후 태어난 신세대가 애국주의 열풍을 주도하면서 외부세계의 경계심을 자아냈다.
5월 들어 중국 정부는 세계 여론을 의식, 달라이 라마측 특사와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5월 12일 쓰촨(四川) 대지진은 상황을 바꿔놓았다. 반중 여론은 동정여론을 바뀌었고, 올림픽 보이콧 분위기는 사그러들었다.
이 같은 분위기의 역전은 정작 서구 등 외부세계가 티베트 사태를 대중정책의 본질적 변수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문을 키우고 있다. 티베트 사태를 대 중국 압력이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구실로 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5월 달라이 라마측과의 협상이후 추가 협상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3ㆍ14사태의 희생을 치르고도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와의 대결 자세를 누그러뜨릴 기세가 아니다.
라싸=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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