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협상이란 밀고 당기는 것. 노조가 사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협박’을 하고, 다소 무리한 요구를 내놓는 것도 이런 협상 전략 중의 하나다. 머리 띠를 두른 노조원들 앞에 “최선을 다했다. 할만큼 했다”고 당당하게 나서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추가 협상 일련의 과정은 적어도 이런 ‘보여주기 전략’에서 톡톡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의 달인’ 답게 워싱턴에서 머문 지난 1주일 간 “협상이란 이런 거구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협상장을 향해 내달리고, 더 이상 협상은 없다며 귀국 짐을 싸는 으름장을 놓고,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 극적으로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해오고….
“애초부터 짜여진 각본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과정 또한 협상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쇠고기 협상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혀 밀고 당기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내주기만 했기 때문”이라며 “김 본부장은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듯하다”고 말했다.
마치 타결 내용과 무관하게 추가 협상 타결만으로 이번 쇠고기 사태가 완전이 마무리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추가 협상이 촛불 민심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전환점이 될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 청와대 비서진 쇄신 → 추가 협상 결과 발표 → 내각 쇄신’ 등 일련의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완전 진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큰 고비는 넘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또 다른 기폭제로 우려됐던 화물연대 파업이 때맞춰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물론 사태 해결을 낙관할 수는 없다. 김 본부장 등 우리 정부 대표단의 귀국 후 21일 공개될 추가 협상의 세부 내용이 관건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금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증 내용이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태가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추가 협상이 아닌 재협상을 요구하며 이날도 촛불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22일 밤까지 이어지는 ‘48시간 비상국민행동’에 들어가기로 한 상태다.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하고 미국산 쇠고기가 실제 수입되는 등 향후 과정 과정마다 거센 저항과 맞닥뜨리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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