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석유 메이저들이 드디어 이라크 유전에 빨대를 꽂게 됐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유전 국유화 조치로 이라크에서 쫓겨난 지 36년 만이다. 특히 이들이 이라크 유전 개발에 관한 우선권을 부여 받은 것으로 알려져 석유 메이저들이 이라크 전쟁의 전리품을 나눠갖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엑손모빌(미국), 로얄 더치 셸(다국적), 토탈(프랑스), 브리티시페트롤리엄(영국), 셰브런(미국) 등 서방 석유 메이저들과 이라크 정부와의 유전 개발에 관한 기술 지원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고 19일 전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조건은 정부의 승인을 거쳐 30일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 3위의 유전 매장지이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전을 놓고 그 동안 서방메이저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인도 등 40개 이상의 업체들이 이라크 정부와 협상을 벌여왔다. 이중 서방 메이저사들이 먼저 유전계약을 확보했고 규모도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계약이 2년의 단기계약으로 유전지대의 탐사ㆍ채굴권이 아닌, 첨단 기술 도입을 위한 과도기적인 기술 지원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의회에선 외국 회사의 석유채굴권 부여 여부 등을 놓고 강온파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외국회사의 석유개발 참여를 규정한 석유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계약이 서방 메이저 회사에게 향후 유전계약 입찰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장기 석유개발권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기술 지원의 대가로 통상 현금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원유 현물이 제공돼 메이저사들이 고유가의 수익을 그대로 가져가게 됐다. 케임브리지 에너지 연구협회의 레이나 베날리는 “이번 계약은 기술 지원 계약이 아니라, 이라크 내 법적인 교착상태를 우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이 석유산업에선 이례적으로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의구심을 낳는다. 이라크 정부는 이들 업체가 지난 2년 동안 무상으로 유전 기술을 자문했으며 선진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루크오일 등도 이라크에서 무상으로 기술자 교육을 실시해왔던 점 등을 보면 이 설명은 궁색하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실제 목적이 유전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은 미국의 특혜 시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이번 계약에서 미국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이라크 치안이 안정되면서 민간 기업이 이라크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메이저의 유전 참여로 이라크 산유량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에너지 수급 상황에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당장 6개월 내에 이라크내 산유량이 하루 250만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