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실시되는 미 대선에서 인종 문제가 선거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워싱턴포스트가 ABC와 공동으로 실시,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흑인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백인들의 3분의2는 백인인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안전한 선택’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 중 거의 절반은 미국 내 인종간 관계가 ‘나쁜’상태에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흑인들의 경우 60% 이상이 미국의 현재 인종관계가 ‘좋지 않다’거나 ‘열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의 30% 이상은 미 사회에‘인종적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의원이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유권자들의 인종적 정서에 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의원은 인종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적 지지도에서 매케인 의원을 6%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적극적 투표의사를 밝힌 응답자들의 경우, 48%가 매케인 의원 지지를 밝혔고 47%는 오바마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돼 대선이 투표율의 다툼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오바마 의원은 백인들의 지지에서 매케인 의원에게 12%포인트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경향이 계속된다면 오바마 의원의 승리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백인들의 지지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12%포인트 차이로 제압했고 2004년 대선 때에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보다 17%포인트나 높은 백인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2004년 대선의 경우, 전체 투표자 중 77%가 백인이었고 11%만이 흑인이었기 때문에 백인 지지에서의 격차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파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오바마 의원 진영은 이번 대선에서는 흑인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흑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공화당이 승리했던 주들에서 역전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에 천착해온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는 21일 오바마 상원의원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미국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 논픽션 영화제인 ‘실버독스 영화제’에 참석, “오바마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버락 전(前)(Before Barack:BB)’와 ‘버락 후(後)(After Barack:AB)’로 시대가 구분돼 사람들은 실제로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 이전의 시대를 BC로, 그 이후를 AD로 부르고 있는 시대 구분을 오바마 의원에게 적용한 것이다. ‘말콤 X’ 등을 연출했던 리 감독은 “오바마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예약해 놓았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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