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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결혼문화/ <上> 부자 &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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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결혼문화/ <上> 부자 & 부자

입력
2008.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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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적당히 재산도 있고, 키 크고 잘 생긴 전문직 종사자 아들이나 딸을 둔 부모님들을 설득하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상류층 자제 중매로 유명한 A결혼정보업체 B대표의 고민이다. 잘 키운 자녀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 중산층 가정의 부모들이 상류층만 가입하는 '최고 등급' 회원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할 경우 가장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는 "용모, 능력 등 회원 본인의 기준도 중요하지만 '최고 등급' 회원이 되려면 부모님의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도 빠질 수 없는 조건"이라며 "부모님 때문에 어렵다고 솔직히 말할 수 없어 설득에 애를 먹는다"고 털어놓았다.

상류층은 상류층끼리, 서민은 서민끼리 맺어지는 결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다.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자기들끼리 맺어지는 경향이 심화하면서 교육과 결혼이 한국 사회 계층간 단절 현상의 주요 고리가 되고 있다.

실제 우리 사회 상위 1% 계층이 가장 중시하는 결혼 조건은 '사돈 집안도 같은 상류층이냐'이다. 결혼정보업체 웨디안에 따르면 상류층이 가입하는 프레스티지 회원 258명을 대상으로 가장 중요시 하는 결혼조건을 설문조사 한 결과, '가문의 사회적 명성'(41%)을 꼽은 사람이 '상대방 집안의 재산'(11%)이나 '결혼 상대자의 외모'(13%)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결혼할 때 부모 의견을 존중한다'는 비율이 절대 다수인 81%에 달했다. 상류층 자제의 경우, 결혼을 개인과 개인의 만남보다는 가문과 가문의 결합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남녀가 소개를 받았을 때, 상류층끼리 결혼에 성공하는 비율도 훨씬 높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따르면 VIP 회원끼리의 혼인 성사율은 35%로, 일반 회원(25%)보다 40%나 높다.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계층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상류층 자제의 경우 조기 유학이나 사립학교 진학 등으로 성장 과정부터 일반인과 교류할 기회가 적어지게 됐다"며 "성장환경이 비슷한 상류층끼리의 결혼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재벌이나 명망가 집안 자녀가 해외 유학 중 만나 결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상류층끼리 혼맥을 맺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만남의 통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유층 고객만 상대하는 금융기관 PB센터가 2003년부터 '맞선'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최근에는 명문 사립대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이 대학은 최근 동문들에게 '동문 자녀끼리 모임을 갖는 사업을 시작했으니, 적령기 자녀를 둔 가정의 많은 참가를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서울 강남의 한 PB센터 관계자도 "부유층 고객일수록 자녀가 비슷한 형편의 배우자와 맺어지기를 원한다"며 "여름 방학 기간인 6월말과 7월초에 강남 일대 PB센터들이 앞다퉈 회원 자녀 10~20명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에 성공할 경우, 감사의 표시로 부유층 고객이 20억~30억원의 자금을 더 맡겨준다"고 귀뜸했다.

사회 양극화의 또다른 단면인 상류층끼리의 혼맥 형성은 결과적으로 사회 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요즘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난 걸 축하하는 것보다는 손익을 따지고 득과 실을 계산하는 만남의 행사로 변질됐다"며 "결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금전과 연관된 가치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사회적 병폐"라고 해석했다.

■ 예단으로 골프장 회원권·고가 미술품 오가

한국 남녀의 평균 결혼 비용은 2007년 기준으로 약 1억7,200여만원. 이는 예식장 대여, 예물, 신혼 집 장만 등을 모두 합쳐 산정한 수치다. 그러나 최상류층은 결혼 당일에만 수 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2일 결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상류층 집안들이 예단을 주고받을 때 현금 뿐만 아니라 골프장ㆍ휘트니스센터 회원권, 도자기나 그림과 같은 고가 미술품 등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비용으로 따져도 최소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원에 이른다.

결혼은 대부분 호텔에서 진행된다.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삼성동의 인터콘티넨털호텔, 광장동의 W호텔 등이 넓은 주차장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특히 인기가 높은 곳이다. 대여료는 1~2억원 정도다.

하객 수는 신랑 신부 양가를 합해 1,000명 선이 일반적이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는 최소 7만원에서 최대 15만원 선. 식사료만 7,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에 달한다. 한 호텔 관계자는 "하객수가 많을 경우 2~3억원 정도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결혼식 당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부의 웨딩드레스. 최근에는 '황제복'과 '베라왕' 브랜드가 뜨고 있는데, 최소 2,000만원대에 이른다.

시계ㆍ반지 등 예물도 최근에는 수백만원대 제품은 명함도 못 내민다. 과거 상류층에게는 롤렉스 시계가 최고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최저 가격이 1,000만~2000만원대인'까르티에''파텍필립'정도는 돼야 한다.

그밖에 결혼식장의 꽃장식, 얼음조각, 케이크, 비디오 촬영 등에도 수천만원이 들 정도여서 예식 담당자들은 "상류층은 결혼 비용 자체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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