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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계의 발화 지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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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계의 발화 지점들

입력
2008.06.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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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앨보 등 지음ㆍ이고성 옮김/필맥 발행ㆍ592쪽ㆍ2만3,000원

21세기, 세계적 대결의 전선은 크게 보아 미국 대 반미국의 구도로 깊은 골이 져 있다. 이념적으로 그 같은 대결 구도는 제국주의 대 중동ㆍ이슬람주의, 신자유주의 대 중남미 체제로 갈라 선다. 세계의 뜨거운 균열점이다.

유럽 신좌파의 기치 아래 1964년부터 활동해 온 연간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는 올해치인 제 44호에서 세계의 화약고들을 점검하고 있다. 캐나다 요크대 정치학부 그레고리 앨보 교수 등 23명의 진보적 학자는 모순이 증식돼 가는 시기로 현재를 묘사한다. 즉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물결이 모든 배를 다 끌어올리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제국이 제멋대로 군사력을 휘두를 수도 없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자유주의와 제국주의의 모순만 증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는 다시 불붙을까?

뉴욕 바너드대 바시르 아부-마네 교수는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억압 등으로 민족 절멸의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에는 새로운 진보적 정치 주체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한편 요크대 정치학부 강사인 사바 알나세리는 “미국의 제국주의는 이라크에서 국가 재건이 아니라 개입의 영속화를 의도한다”며 “평화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는 이라크 국내의 노력이 정의로운 결실을 맺을 것”이라 밝혔다.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정치학 아틸리오 보른 교수는 “좌파로 출발했으나, 국제 경제 정책에서 초국적 기업과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는 브라질의 룰라 정부는 자본과 동맹을 맺었다”며 “세계무역기구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창피할 정도”라고 비판한다.

편자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혁명이 30여년, 미국의 제국주의가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낸 지 10여년 지났다”며 “지구적 신자유주의라는 야만에 맞서기 위해 좌파는 민주적 조직의 역량을 새롭게 길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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