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벌 3세가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뒤 10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또 재벌 2ㆍ3세 4~5명의 주가조작, 횡령 등 범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재벌 테마주’의 실상이 드러날 지 주목된다.
20일 검찰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최근 국내 도박판 최대 전주(錢主)로 알려진 최모(구속기소ㆍ본보 4월30일자 12면)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재벌 3세 P씨에게 100억원대의 자금을 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P씨가 거액의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돈을 빌렸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P씨가 코스닥 업체 N사를 인수한 뒤 100억원 정도의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감사를 받게 되자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자금을 메우기 위해 돈을 빌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도 이 같은 검찰의 추궁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2월 5,000원대이던 N사 주가가 P씨의 인수 소문이 돌면서 3월 1만4,000원대까지 치솟는 과정에 내부 정보를 이용한 작전 세력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함께 따져볼 방침이다. P씨는 지난해 3월 N사를 70억원에 인수했다가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인수 후 8개월여만인 12월 인수가보다 낮은 61억원에 회사와 경영권을 매각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최씨가 코스닥 기업 20여개사와 수백억원의 자금거래를 했다는 첩보를 넘겨받은 상황이어서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부천지청에 금융조사 전문인력을 파견하거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토록 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 구본호씨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창을 신청했다. 검찰은 구씨 등 재벌 2ㆍ3세 5~6명이 코스닥 기업 인수 및 투자 과정에서 주가조작 등 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구씨가 2006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당시 주식 20만주를 주당 7,000원에 대우그룹 구명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조풍언(구속기소)씨측에 넘겨 막대한 차익을 남기도록 도와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구씨가 다수의 코스닥 기업 인수 또는 투자 과정에서 내부자 거래 등 다른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기업 창업주의 손자인 김모씨도 지난해 대표로 있던 코스닥 상장사 N사 유상증자 이전에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거래, 7,500만원의 차익을 올린 혐의로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 2ㆍ3세들은 대기업의 후광 등을 무기로 최근 코스닥시장의‘큰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쉽게 경영권을 인수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팔아치우는 행태를 보여 “실정법 위반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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