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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브라질 상임이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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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브라질 상임이사국

입력
2008.06.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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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다섯 개의 상임이사국(러시아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과 2년 임기를 가지는 열 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어떤 결의를 하려면 상임이사국 모두가 찬성하고 또 비상임이사국 중에서 네 개 이상의 나라들이 찬성해야 한다. 상임이사국은 하나라도 빠지면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에 그 다섯 나라들은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안보리 전체의 힘을 100이라고 놓자. 상임이사국의 힘과 비상임이사국의 힘을 게임이론에서 수학적으로 비교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법률가가 제안한 것으로, 계산해 보면 상임이사국 각각의 힘은 대략 17, 비상임이사국 각각의 힘은 2 미만이다.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가지고 있으니 그럴듯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향력을 재는 조금 더 정교한 방법이 있는데 수학자와 경제학자 두 사람이 공동으로 제안한 것이다. 그 방법으로 계산해 보면 비상임이사국 각각의 영향력은 0.2이고 내게는 그것이 보다 더 현실적인 숫자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지난 1970년대에 유엔이 대만을 축출하고 당시 중공이라 부르던 중국을 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인 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중국의 힘이 그 때에도 이미 그런 수준이었다.

이와 비슷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지는 국제기구가 또 있는데,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미국의 지분은 12% 정도이다. 하지만 IMF에서 어떤 결의를 하려면 찬성하는 나라들의 지분의 합이 85%를 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빠지면 아무것도 결의할 수 없는 구조이다. 유엔이건 IMF건 요지는 억울하면 힘을 길러라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에서도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투표권의 개수가 다른데 각 나라의 힘을 비교해 보면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가 각각 12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스페인이 10 정도, 그리고 나머지 나라들이 5 정도를 가지고 있어서 유엔이나 IMF와 비교하면 대단히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새로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은 나라들은 상임이사국들 전체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 독일, 브라질, 인도, 일본이 요즘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독일은 이탈리아가 반대하고 있으며(유럽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인도는 당연히 파키스탄이 반대하고 일본도 당연히 중국이 반대한다. 한국은 십 년이 넘어가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재 새로운 상임이사국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브라질인데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이사국들은 브라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였고 미국이 분명한 반대를 표시하지는 않고 있어서 올 가을에 브라질이 강대국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은 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남미 인구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 약점이라면 남미의 다른 나라에서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브라질에서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데 숙적인 아르헨티나는 IMF 사태 선언을 고려해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은 물론 곡물 광물에 이어 석유 수출능력까지 가지게 된 브라질의 무한질주를 제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브라질은 이미 2014년 월드컵을 유치했는데 같은 해에 세계수학자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나서서 우리나라와 경쟁하고 있다.

한상근 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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