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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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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입력
2008.06.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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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관광상품으로 활용될지언정, 미국 인디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인종이 다르기 때문에 인상적으로 드러납니다. 우리에게도 현재 우리 삶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옛날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이 존재합니다. 같은 인종이라 눈에 안 띌 뿐이지요….”

<습지생태보고서>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로 오세영, 박홍용의 계보를 이을만한 리얼리즘 만화가로 각광받고 있는 최규석(31ㆍ사진)씨가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우리의 비틀어진 현대사를 톺아보는 <대한민국 원주민> (창비)을 선보였다. 오빠를 위해 진학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히 여겨졌던 누나들, 숨이 간신히 붙어있는 사슴목에 갈대를 꽂아 피를 마시는 아버지, 술만 마시면 아내를 두들겨 패는 마을 아저씨들, 시골에서 도시학교로 전학한 뒤 공책을 아끼기 위해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빼곡이 공책을 채워쓰다가 선생님에게 혼나던 기억 등등이 모두 소재다. 자신의 이야기라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만화 속의 인물은 부모님, 누이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 시골 방방곡곡에 살다가 도시로 올라온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의 숨어있는 이야기를 들춰낸 것”이라고 그는 답했다.

‘압축적 근대화’로 규정지어지는 급격한 사회ㆍ경제적 변화 앞에서 때로는 허둥거리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때로는 거부하기도 하는 ‘보통’ 한국사람들의 모습이 작가 특유의 블랙유머로 재연된다. 첫번째 수록작 ‘어디에나 있다’는 작가의 시선이 어떤 이들에게 향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잘 가꿔진 도심공원의 잔디밭에서 잡풀을 캐는 할머니를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성큼성큼 할머니에게 다가온 공원관리원이 “헤이, 레이디 와라유 두잉?”이라고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되묻는다. “뭐라고? 쑥국 먹고싶다고?”

대학입학(상명대 만화학과)후 객지에서 지내다가, 2년 동안 집(창원)에 들어가 살면서, ‘부모님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는 그는 “옛날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부모님 세대가 밉고, 싫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당신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CD로만 발표됐던 6월항쟁을 다룬 교육만화 <100℃>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기 위해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항쟁 20년이 지나면서 민주주의 가치에 냉소적이된 당시 참가자들의 ‘변절’부분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그가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비정규직 문제. “이랜드사태를 다뤄보고 싶어요. 비유도 은유도 없이 노골적으로요. 제 작품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냉소적 시선을 조금이라도 깨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왕구 기자 사진 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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