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는 불안하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으로 일단 한 고비를 넘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지뢰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방위비 분담금 조정, 이라크 파병연장 여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문제 등이 그 지뢰들이다. 한미 양국이 반드시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지만 자칫 잘못 손대면 감당하기 힘든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
이들 현안에 접근하는 한미 양국 모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촛불시위에 ‘국정마비’라는 뜨거운 맛을 본 이명박 정부는 말할 나위가 없다. 쇠고기 파동 이후 또 다시 저자세, 굴욕협상 논란에 휩싸일 경우 더 큰 촛불에 맞닥뜨릴 수 있다.
미국 역시 부담이다. 동맹 현안의 협상에서 우월적 ‘일방주의’로 비춰지면 한국 내에서 반미감정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이나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신중한 행보를 할 것이다. 하지만 논란과 파열음을 피하기 힘들다. 그만큼 명분과 자존심, 엄청난 돈, 그리고 한미동맹의 미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현안의 처리방향을 일정부분 결정할 고위급 회담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한, 내달 10일께로 보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울 답방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지난 4월18일 쇠고기 합의 이후 한미간 동맹현안 협의는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특히 수 천억여 원에 달하는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시작도 못했다.
통상 4월부터 협상이 시작되지만 우리 정부가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데는 저자세 외교 논란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진보진영은 최근 한미가 주한미군의 1년 근무기한을 가족동반 3년 장기근무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을 우리의 분담금 퍼주기 전초로 해석하는 등 벌써부터 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간에도 인식 차가 크다. 미국은 우리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미국의 분담금 비율 산정기준과 방법이 모호하고 사용처도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7월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이후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기지반환에 따른 환경오염 처리협의도 답보상태. 42개 미반환 기지 중 올해 반환 예정인 일부 기지의 오염물질 처리와 비용부담 문제를 확정해야 하지만 한미 간 입장차도 있고 국회나 환경단체의 시선도 민감하고 매섭다.
특히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구체적인 방향과 비전도 민감한 현안.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 때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공동성명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그 합의 내용에 따라 파장도 예측불허다.
군사동맹에서 세계적 이슈에 공동 대응하는 포괄동맹의 성격을 띤 만큼 미사일 방어망(MD)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의 정식참여, 이라크 파병 재연장 등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안보 사안의 진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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