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은 녹색 그라운드에서 ‘전술의 마술사’라면 그라운드 밖에서는 ‘언어의 마술사’다. 인터뷰 때마다 광고 카피를 연상시키는 절묘한 말을 쏟아내는 그는 유로 2008에서도 톡톡 튀는 발언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22일 8강전에서 조국에 비수를 꽂은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10분간 전술 훈련을 하고 몇 차례 미팅을 가졌을 뿐인데 믿어지지 않는 결과를 이뤄냈다”며 한 수 아래의 상대에 완패한 조국 네덜란드 대표팀을 민망하게 했다. 러시아는 19일 스웨덴과 D조 최종전을 치러 네덜란드전을 준비할 시간이 이틀 밖에 없었다. 또 “거창한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 선수들이 일궈낸 성과는 믿어지지 않는 결과”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네덜란드와의 일전을 앞두고도 특유의 달변으로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히딩크 감독은 “내가 ‘네덜란드 올해의 반역자’가 된다는 것은 8강전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네덜란드 올해의 반역자’가 되고 싶다”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승부욕을 드러냈다. 또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완벽한 팀을 만나게 돼 (선수들처럼) 나도 두렵다. 그러나 뒤로 물러서면 물러설수록 두려움은 커진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격 뿐”이라며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4로 대패한 후에는 거침없는 독설로 선수들을 채찍질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스페인에게 내줬다”, “아마추어 학교팀 선수들도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것”, “국제대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ABC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선수들을 나무랐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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