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올림픽 조직위가 21일 라싸에서 진행된 성화 봉송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주중 외신기자들의 시짱(西藏) 자치구(티베트) 성도 라싸(拉薩) 취재는 시종 긴장 속에 진행됐다.
20일 티베트 자치구 정부의 기자회견에서 BBC 방송 등 외신 기자들은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달라이 라마와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느냐”, “티베트 사태 보도로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은 CNN이 취재에 참가하지 못했느냐”,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소요사태를 사주한 증거는 무엇이냐”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봉송 행사는 관심 밖이었다.
바아마츠린(白瑪赤林) 자치구 부주석은 “1959년 망명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분리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사주해왔다”고 받아쳤다. 기자회견장이 선전장 같았다.
21일 봉송 행사에서도 중국 관리들은 “달라이 라마의 책동을 분쇄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고, 외신 기자들은 중국 당국이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삼엄한 경계를 펴는 장면에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추었다. 티베트 소요 발생 100일이 지났지만 중국과 외부의 시각은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라싸 주민들은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었다. 포탈라궁앞에서 만난 한 회족(回族) 주민은 소요로 회족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인지 ‘소수에 의한 폭동’으로 기억했고, 베이징시루(北京西路)에서 만난 한 티베트족 주민은 ‘밝히기 곤란한 일’로 남아 있었다. 상당수 주민들은 티베트 사태를 언급하기보다는 이제 원상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기억은 사태를 티베트인의 자주 운동으로 규정하려는 서구와 외부의 사주로 보려는 중국의 시각이 모두 온전하지 못함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각자의 입장에 따른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이 사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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