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ㆍ미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해 정부는 상당한 성과를 가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협상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국민을 설득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1일 우리측 협상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공개한 추가협상 합의의 골자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미국 내 의심작업장을 점검할 수 있는 우리측 검역주권을 확대하며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의 4개 부위(뇌, 눈, 척수, 머리뼈)는 수입하지 않는 것 등 세 가지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에 수출되는 쇠고기는 미국육류업계가 만들고 미국정부가 인증하는 QSA 조건을 충족해야하며, 이 인증이 없는 쇠고기는 전량 반송된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무기한 수입 금지된다.
다섯 차례에 걸린 추가협상 끝에 이뤄진 합의결과에 대해 정부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입장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 정도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괜찮은 점수는 줄만 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주권과 관련해 한껏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유 장관의 평가(90점)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나머지 10점의 무게는 상당해 보인다. 무엇보다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하겠다는 QSA는 업계 자율 결의여서 강제성이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위배를 이유로 뒤로 빠진 미국 정부가 언제 시장개방공세를 펼 지 알 수 없다. 곱창 등 내장, 혀, 사골, 꼬리뼈, 선진회수육(ARM) 등 의구심이 여전한 30개월 미만 쇠고기 부위는 그대로 수입대상에 포함됐다. 또 수입위생조건 발효 90일 뒤에 미국 정부에 넘어가는 수출작업장 승인권도 검역주권의 온전한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합의결과가 알려진 뒤에도 촛불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야권과 광우병국민대책회의측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내용과 거리가 멀다”며 전면 재협상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촛불은 끄고, 대신 감시의 눈을 더 크게 부릅뜨자는 의견도 많다. 어차피 첫 단추를 단단히 잘못 꿴 상황에서 어렵게 타결된 추가협상 결과마저 거부하고, 재협상에 나설 경우 치러야 할 국가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미흡한 부분은 빈틈없는 검역과 철저한 합의이행 감시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대내외적 비용을 줄이면서도 목표에 근접하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것이다. “온 나라가 언제까지나 미국산 쇠고기에만 매달려있을 것이냐”는 피로감 섞인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는 “재협상으로 미국과 전면 대치하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다면 비록 차선이지만 추가 협상결과를 일단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향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문제점을 보완할 입법추진과 함께 수입업체 세무조사 등 강력한 개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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