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제시문을 읽고 국가마다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다른 원인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고, 필자가 제시하는 갈등 해소 대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국가 간에 평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문제가 되는 역사 해석에 대해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논술해 보시오.(1,200자)
제시문 내용 정리
고구려 역사에 대해 중국과 민족 개념으로 대립하는 것은 '한민족'도 '민족'이란 말 자체도 전혀 없던 시절의 고구려가 '우리 민족이었다.'는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결국 중국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민족 역사 만들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차라리 '민족'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고구려사를 '민족사'가 아닌 '동북아시아 지역사'의 범주로 다루자고 제안한다면 지금보다 더 중국의 역사적 합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연합과 같은 나름의 단결력과 공동 정체성이 있는 미래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건설해 미래 평화 지향적인 역사 만들기를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역사가 사람을 만들지만, 역사도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제시문 전문은 ebsi(www.ebsi.co.kr) 논술방에 게재
■ 학생이 쓴 글
①각 국가마다 과거의 동일한 역사를 두고 해석을 하는데 차이가 있어 문제가 된다. 이러한 데는(것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하나의 원인이 된다. ②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하려는 데는 조그만 독도의 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부의 영해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③그리고 자국의 민족주의도 여기에 한몫한다. ④고구려와 같이 강대한 제국을 건설한 국가의 과거를 소유하게 되면, 민족적 정체성을 굳건히 확보할 수 있고 국가의 유지에 큰 보탬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원인들 가운데에서도 역사를 기록하는 주체의 차이가 가장 큰 분쟁의 원인이다. 과거가 되어버린 역사를 현재의 각각의 주체가 주관적으로 해석을 하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⑤제시문의 필자는 이러한 갈등의 해소 대안으로 과거의 전통 시대의 실체에 근접한 논리로 접근하자고 주장한다. 그 근거들을 보면, 타국의 민족적 소유 주장에 동일한 방식으로 맞대응하거나 영토권 문제로 확대시키는 방법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타국의 민족주의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뿐이고 세계의 근대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구려는 그 인구가 중국인 등을 포함하여 다종적(족)성, 여러 종교를 토착화시킨 문화의 다양성, 외래인과의 교류가 빈번했던 개방성 등을 가지고 있다. ⑥필자는 이러한 고구려의 특징들을 근거로 들어 고구려사를 민족사가 아닌 동북아시아 지역사로 다루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중국의 민족적 소유 주장이 아닌 이성적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있다. ⑦중국의 이성적 판단을 유도한다고 해서 곧 고구려사에 대한 분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치당이 유대인에게 행한 잔혹한 사건들 역시 그들의 이성에 기반을 두고 자행한 일이어서 더 섬뜩한 사실인 것이다. ⑧그리고 동북아시아 지역사의 범주로 다루는 것은 고구려사를 민족사로 다루는 것을 오히려 정당화 시켜주는 꼴일 뿐이다. 즉 동북아시아 지역사는 민족사의 정당화를 위해 생긴 타자 개념일 뿐이다.
현대사회는 과거와는 달리 시-공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게 되어 국가 간의 장벽은 낮아졌다. 국가 간에 평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시기이다. 따라서 우리는 ⑨우리의 주체적 관점을 유지한 채 과거의 기록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 세부첨삭
[1단락]
구체적인 현상과 그 원인을 제시한 후 해석의 문제를 논제로 삼아 제시했습니다. 부분적으로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다루어야 할 할 논제는 ‘제시문을 읽고 국가마다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다른 원인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고, 필자가 제시하는 갈등 해소 대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국가 간에 평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문제가 되는 역사 해석에 대하여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논술해 보시오.(1,200자)’입니다. 대체로 논제를 자연스럽게 전개한 셈이죠.
①은 역사 해석 차이의 원인을 경제적 요인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②라는 구체적 내용을 전개했고요. 그런데 거기에 ③이라는 덧붙이는 내용이 발생했고, ④가 상술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민족주의가 목표로 하는 현실적 이유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민족의 정체성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보다 한반도 통일 이후의 영토 분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현실적인 원인을 제시하는 게 더 적절할 듯 싶습니다. 앞에 독도 문제처럼 영토, 자원, 경제적 원인 등으로 수렴되기도 좋고요.
[2단락]
제시문 필자의 주장을 상황 파악, 민족적 접근의 문제점, 대체할 수 있는 논리 개발 필요, 민족사가 아닌 지역사로의 전환 등을 적절하게 제시했습니다.
⑤ 또는 ‘제시문에서는’으로 표현해도 됩니다.
⑥ 제시문 저자가 주장하는 ‘민족사에서 지역사로의 전환’을 정확하게 언급했습니다.
[3단락]
이성적 판단의 문제점과 민족사와 지역사의 상호 관계를 제시하여 필자의 주장을 논박했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매우 수준 높은 전개입니다만, 핵심 개념인 ‘타자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개념정의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⑦ 중국의 입장 변화에 별다른 원인이 되지 못할 것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⑧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우리가 고구려사를 민족사가 아닌 지역사로 대체할 경우, 오히려 중국은 이를 자기들의 민족사로 편입시켜버릴 것이라는 점을 좀 더 쉽고 분명하게 제시했어야 합니다.
아마도 ‘타자 개념’을 이러한 유형으로 활용한 듯한데, 쉽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타자 개념’이 무엇이라고 하는 개념정의를 하는 것입니다. 명확한 개념정의는 의미 전달이 명확할 수밖에 없지요.
[4단락]
⑨는 논제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해결하지 않고 문제제시 이후 결론에서 문장으로 툭 던지듯이 제시만 했습니다. 논리적 전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 단락에서 지역사로는 안 된다고 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더 깊이 있게 논의했어야 합니다. 최소한 지역사로 변경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 지적한 만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언급했어야 하지요. 논제 후반부로 올수록 논제 해결이 미흡하게 이루어지네요. 전체적으로 논거에 대한 문제, 개념정의의 문제, 발생될 문제에 대한 대안 미흡 등으로 인해 논제가 미흡하게 해결되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김상규.EBS논설위원.서울장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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